[객석] 깨진 휴대폰과 ‘뜻밖의 선물’

입력 2018-07-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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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근 한일전기 e커머스팀 사원

아뿔싸! 홀로 떠난 제주 바닷가에서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액정이 산산조각 나 작동하지 않았다. 바위틈에서 멍하게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다 생긴 사태다.

여행 첫날 본인의 부주의로 발생한 일이니 누구를 탓하랴. 그렇다고 잠깐 머무를 제주에서 새 휴대폰을 장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작년 8월 이렇게 휴대폰 없는 4박 5일간의 여행이 시작됐다.

홀로 떠난 여행에서 휴대폰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결론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우선 동선이 단순해진다. 구글 맵스도, 네이버 길찾기도 없이 스쿠터로 장거리 이동을 할 경우 되레 여행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맞은 중요한 변화는 기록이다.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된 후 생존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기록하게 됐다. 내가 머무르는 숙박집 사장님의 연락처, 맛집까지 이동하는 경로, 그리고 숙박집까지 다시 되돌아오는 방법까지.

마지막 날 처음 갔던 바닷가에 다시 가게 됐다. 멍하니 앉아 해 지는 풍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사진처럼 꾹꾹 새겨지기를 바라면서. 난생 처음 보는 색감에 정신을 놓고, 편안하고 몽글몽글한 감정에 싸여 꿈을 꾸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두려움이 들었다.

‘이 기억을 꺼내볼 수 없으면 어떡하지?’

곧장 종이와 펜을 꺼내 기록하기 시작했다. 각도 대신 적절한 단어를, 필터 대신 정확한 표현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이는 ‘언어’에 대한 고민이었다.

제주에서 휴대폰이 깨진 사건은 종국에 나를 언어에 대한 고민으로 밀어 넣었다. 그로 인해 온라인 세계는 좁아졌지만, 언어의 세계는 확장됐다.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던가. 이제야 그 뜻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올해 떠나게 될 여행에는 가방 한 칸에 꺼놓은 휴대폰을, 다른 한 칸에 펜과 종이를 챙겨 갈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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