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신형 아이폰의 디스플레이를 OLED로 교체하겠다고 밝힌 것은 5월 말이다. OLED 수요에 대비하지 못한 데다 스마트폰 관련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JDI에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이미 올해 3월 마감한 2017 회계연도에 2472억 엔(약 2조4860억 원)의 적자를 낸 JDI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해왔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전자와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운행 정보를 제공하면서 디스플레이의 적용 범위가 넓어진 덕분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르키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67억 달러였지만, 지난달 조사 기준으로는 2022년까지 9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수익률도 기존의 TV·모바일 디스플레이보다 2~3배가량 높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JDI는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소니, 파나소닉 등과 손잡고 쌍방향 스크린(interactive screen) 수요를 선점했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기업에 곡선형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며 지난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17.9%로 1위를 차지했다. JDI는 1위를 수성하기 위해 6월 자동차 사업부 책임자였던 츠키자키 요시유키를 사장으로 임명하며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대만과 한국의 업체들이 뒤를 바짝 쫓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 2위인 대만의 AUO는 시장점유율이 12.1%였고 공동 3위인 샤프와 LG디스플레이는 11.9%를 기록했다. 이들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10~15%로 계획하며 1위 도약을 노리고 있다.
모바일 시장과 마찬가지로 차량용 시장에도 OLED 패널이 뜨고 있는 점도 JDI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JDI는 삼성이나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보다 OLED 패널 개발이 더뎌 2021년에나 초기 모델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제너럴모터스(GM)와 도요타 등에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 상반기에 출시될 모델을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의 OLED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JDI의 임원진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홀게르 헤르큰스 JDI 자동차 사업부 책임자는 “OLED는 수명이 짧고 가격이 비싸 차량용 시장에서 널리 채택되려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차별화는 디자인에서 온다”며 “JDI의 디스플레이는 자동차 디자인에 자유로움을 더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