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외국인 투자 심사 강화한다...트럼프 ‘안보’ 조치에 맞불

입력 2018-07-31 05:10 수정 2018-07-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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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앞으로 자국 내 상장 기업에 외국 기업이 투자할 경우 중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를 심사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 안보를 이유로 징벌 관세까지 부과하자 중국 정부도 안보를 내세워 맞불 조치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양국의 무역 갈등으로 인해 중국 기업에 전략적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만 골치가 아프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이날 외국 기업의 투자를 관리하는 ‘외국 투자자 대 상장회사 전략투자 관리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중국 본토에서 거래되는 ‘A 주’를 대상으로 하며, 2015년에 시행된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국가 안전법에 대응하고 새로운 중국의 정권과 영토, 경제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위험이나 내외의 위협에 노출되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FT는 중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개정안으로 인해 보다 광범위한 국가 안보 심사에 직면하게 됐다며 민감한 기술이 중국 기업의 손에 넘어가는 걸 막으려는 서방 국가들에 중국 정부가 반격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미국 반도체업체 퀄컴은 중국 반독점당국이 거래 시한까지 승인을 해주지 않아 440억 달러에 추진하던 네덜란드 경쟁사 NXP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서방 언론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다양한 대응책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억제하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중국이 이번에 외국인 투자 시 안보 심사 규정을 추가한 건 미국 대미외국투자위원회(CFIUS) 개혁 법안 개정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이는 외국 기업의 투자를 차단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이 미국과 다른 건 상대적으로 외국인 투자 장벽은 낮춘 것이다. 상장 기업의 전략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해야 하는 총 자산의 최소액은 기존 1억 달러에서 5000만 달러로 낮춰졌다. 아울러 지금까지는 주식을 취득하고 3년 간 처분을 금지시켰는데, 개정안에는 이 기간을 1년으로 단축했다.

베이징에 있는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의 앤드류 포크는 “이번 움직임은 중국의 두 가지 주요 추세, 즉, 금융 개방의 가속화와 경제적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 증가와 일치한다”며 “공산당은 외국 투자와 관련해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을 명확히 제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은 성장하는 중국의 신기술에 대항하기 위해 아시아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아시아에 대한 무역과 투자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지역에 1억1300만 달러를 투자할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FT는 중국이 섬세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또다른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일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가구와 모자 등 6031개 품목, 2000억 달러 상당의 목록을 발표했다. 발동하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 전체의 절반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이상 사태가 될 전망이며 중국 측은 반격할 태세다. 이렇게 되면 미중 무역 갈등의 핵심인 첨단 기술 패권 다툼 등 무역전쟁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대화와 협상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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