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종 하락의 여파가 코스닥 시장 전체에 미치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이 타 업종 대비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27일 기준 코스닥시장 전체 시가총액(256조1364억 원) 중 제약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71%(32조5600억 원) 수준이다. 산업별 분류에 따라 제약업종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제약·바이오주로 분류되는 종목까지 합치면 그 비중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지수 전체 시가총액에서 실질적으로 제약·바이오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종의 경우 종목수로 따지면 전체 코스닥시장의 5.96%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 비중은 12%를 상회한다. 그만큼 덩치가 큰 종목들이 많다는 의미다. 종목수 기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IT· H/W업종(23.28%)이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20.26%에 불과한 것과는 비교된다.
코스닥시장 대표주들을 모아놓은 코스닥150지수에서도 제약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은 17.61%(13조5701억 원)로 가장 크다. 개별 종목을 보더라도 코스닥시장에서 시총 상위 10위 내에 포함된 제약·바이오주는 셀트리온헬스케어, 메디톡스, 신라젠, 바이로메드 등 4개다. 상위 20위로 범위를 넓히면 9개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제약·바이오업종이 하락할 때마다 코스닥지수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현상을 반복해 왔다. 올 들어 전 거래일 대비 가장 큰 하락률(-4.81%)을 기록한 3월 23일에는 시총 상위 종목 중 바이로메드와 신라젠이 각각 전 거래일보다 11.58%, 11.47% 큰 폭으로 내렸고, 휴젤(-5.79%), 셀트리온제약(-5.44%), 셀트리온헬스케어(-4.84%), 코오롱티슈진(-4.77%) 등도 급락했다.
코스닥지수가 750선에서 밀려나 올해 종가 기준 최저치(748.89포인트)를 기록한 이번 달 25일에는 시총 상위에 위치한 제약·바이오 종목들에서 대거 투매 현상이 일어나며 큰 폭의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신라젠(-7.95%) △셀트리온헬스케어(-5.78%) △코오롱티슈진(-5.71%) △바이로메드(-5.24%) △셀트리온제약(-4.93%) △메디톡스(-3.67%) 등의 하락폭이 컸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R&D(연구·개발) 비용 회계 처리 관련 감리, 미래 성장성 우려 및 각종 루머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외국인과 기관이 제약·바이오주를 대거 팔아치우고 있어 코스닥지수도 상승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반면 개인은 제약·바이오주 주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어 불안정한 수급 구조를 보이고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지수 낙폭이 현저한 것은 제약·바이오 이슈와 관련해 외국인 및 기관의 매도가 1차적 이유”라며 “지수 내 제약·바이오 시가총액 비중이 41.9%인 만큼 동조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달간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신라젠이었다. 외국인은 이 기간 신라젠 주식 105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외에 제약·바이오주 중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243억 원), 바이로메드(224억 원), 지트리비앤티(137억 원), 삼천당제약(101억 원) 등이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해당 기간 기관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셀트리온헬스케어(1105억 원)였다. 메디톡스(422억 원), 아이큐어(127억 원), EDGC(120억 원), 셀트리온제약(116억 원) 등의 제약·바이오주도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이 기간 개인 상위 순매수 종목 1~4위는 모두 제약·바이오주였다. 셀트리온헬스케어(1346억 원)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으며, 바이로메드(1137억 원), 신라젠(984억 원), 아이큐어(397억 원), 올릭스(183억 원) 등도 많이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