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 위반' 기소돼도 '가족친화 기업'…손 놓은 여가부

입력 2018-08-01 06:54 수정 2018-08-0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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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마크' 주면 끝…"사후 관리 체계 강화 논의하겠다"

모성보호 위반으로 기소판결을 받은 기업이 과거에 받은 가족친화인증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는 절차에 따른 제재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실한 인증관리로 자격이 되지 않는 기업이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홍보되고 정부 혜택을 누리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족친화인증제도가 시작한 2008년부터 현재까지 10년 동안 재인증 심사를 받기 전에 가족친화인증이 취소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성보호 위반으로 기소판결을 받은 기업이 가족친화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 지적은 2016년 여가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 있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감사원 감사 결과, 모성보호 위반으로 기소판결을 받은 기업이 여전히 가족친화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족친화인증 기업 가운데 고용부에 신고가 접수돼 시정지시, 기소, 과태료 등 처분을 받은 내역은 2015~2017년 모두 2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이와 관련해 단 한 건도 검토하지 않았다.

가족친화기업인증은 일·가정양립을 모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을 선정, 혜택을 제공해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를 독려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인증을 받은 후 3년 동안 정부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고, 정부사업에 지원 시 가산점을 부여 받는다. 또 전용 출국심사대 이용, 투자·융자 우대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신 의원은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 시행령 12조에서 가족친화인증위원회가 인증취소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명확한 취소기준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가부는 법령 위반 기업들에 대해 확인했으나 인증 만료 단계에 있어 취소가 아닌 재인증·연장 신청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위반 사례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소명을 받고, 절차법상 청문을 거쳐서 인증위원회에서 심사를 한다"며 "검토에 따라 2016년에는 2건, 2017년에는 7개의 기업이 재인증·연장 신청에서 배제됐다"고 밝혔다.

가족친화인증 기업·기관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인증을 내주면 사실상 기업 감시·감독 체계가 없다. 2017년 12월 기준 '가족친화 인증마크'를 받은 기업은 2800여 개에 달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인증을 받은 기업과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직장교육, 온라인 홍보, 인증받은 기업들이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가족친화 포럼을 진행한다"고 설명했으나, 인증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고용부에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가부는 가족친화인증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을 염두에 둔 듯, 사후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주관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인증 제도 자체가 강제 사항이 아니고, 신청에 의해 진행되다 보니 예산을 갖고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관련부처와 협의해서 사후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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