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체포된 국민에 '나 몰라라' 경찰 영사...법원 "징계 정당"

입력 2018-08-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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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체포된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경찰 영사에 대한 징계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5일 경찰 영사 이모 씨가 경찰청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씨에 대한 경찰청의 징계 사유는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멕시코 검찰이 우리 국민을 체포하고 12시간이 지난 후 주멕시코대사관에 알리는 바람에 국민은 영사 지원 없이 1차 진술을 했다"며 "이는 즉각적인 영사 지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영사인 이 씨는 이와 관련해 멕시코 검찰에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멕시코시티 형사소송법은 외국인을 구금할 경우 즉시 해당국에 알려 외국인이 영사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또 "영사 지원을 받지 못한 국민이 1차 진술서 내용을 부인하며 진술서에 서명할 수 없다고 하고, 멕시코 검찰은 국민에게 서명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이 씨는 1차 진술 당시 멕시코 검찰의 부당대우나 인권침해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멕시코 검찰이 '국민이 진술서 내용을 모두 동의하고 서명했다'는 거짓 내용이 담긴 영사진술서에 서명해달라고 요청하자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서명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국민이 2차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영사의 입회를 요청했으나 이 씨가 이를 거부한 것, 국민이 재판에 넘겨진 후 멕시코 법원이 이 씨에게 재판에 출석해 달라고 20차례 요청했으나 이를 대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단 3차례만 출석한 행위 등에 대해서도 적법한 징계 사유로 판단했다.

2016년 1월 인신매매 및 성 착취 혐의로 멕시코 현지 주점에서 체포된 주점 직원 1명과 여성 종업원 5명은 영사의 도움 없이 1차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여성 종업원들은 1차 조사 후 만난 영사 이 씨에게 "1차 조사는 검찰의 정신적 육체적 고문에 못 이겨 허위로 진술한 것"이라고 토로하며 진술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 이에 이 씨는 2차 진술을 하게 해준다며 1차 진술서에 서명하도록 한 바람에 주점 직원의 재판에서 여성 종업원들의 1차 진술서가 증거로 채택됐다. 이 씨는 뒤늦게 멕시코 연방법원에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법원은 여성들이 영사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방어권 등 침해됐다고 보고 1차 진술은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경찰청은 2017년 4월 영사 업무를 게을리한 이 씨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으나 이 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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