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 증시의 하락은 관세가 효과를 나타냈다는 증거라 밝혔다고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관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잘 작동하고 있다”면서 “관세가 정말로 중국 경제를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 600억 달러(약 67조6800억 원) 상당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지 하루만에 나온 것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와 증시는 총체적 난국이다. 3일 중국 주식시장은 일본을 추월한 지 약 4년 만에 세계 2위 시장 자리를 잃었다. 중국증시는 1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7% 하락해 시가총액 2조2900억 달러가 증발했다. FT는 미국의 무역분쟁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과 중국의 부채 확대,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올해 2분기 성장률은 6.7%로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부분 전문가는 추가 둔화를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경제의 하락세가 미국의 관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시장은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면서 “불공정한 무역이 재협상 될 때 경제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와 대화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협상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관세는 우리 철강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철강 노동자들은 다시 일하고 있다”면서 “관세로 인해 우리는 훨씬 부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로 미 국가 부채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공화당이 주도하는 감세와 공공 지출 증가로 적자가 늘어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대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가 지난해 76.5%에서 2028년에는 96.2%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로 인한 수입도 미미하다. CBO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로 인한 수입은 350억 달러로 GDP의 0.2%에 불과했으며 올해는 380억 달러로 예상된다. 다만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 새로운 관세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다.
다이앤 스옹크 그랜트손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로 인한 수입은 매우 적다”며 “관세로 인해 경제 성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긍정적 효과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복 조치도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준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앞으로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데 반해 중국이 600억 달러 상당의 보복관세 목록을 발표한 것은 중국이 궁지에 몰렸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 규모는 총 2500억 달러로 지난해 대중 수입 총액 약 5050억 달러의 절반 정도이다. 중국의 관세 대상은 총 1100억 달러로 대미 수입 총액 1300억 달러의 80%를 넘었다. 보복관세 전쟁을 이어가기에는 중국의 ‘실탄’이 바닥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자 정치적으로 민감한 농산물 부문을 목표로 삼았으며 중국의 수입 규모가 큰 미국 액화천연가스(LNG)를 관세 목록에 올렸다. 경제를 부양하고 미국 관세를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도 꾀하고 있다.
한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싱가포르를 찾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났다. 그는 “우리는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동등한 대우와 상호 존중을 전제조건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