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산업에서 현재 당면한 과제는 비용은 줄이면서도 효과성은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용을 줄이려면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을 내리든지, 질병의 발생을 사전 차단해 예방해야 한다.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선 개인 맞춤형의 치료와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결국 헬스케어 각 과정에서 IT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비용과 효과성의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헬스케어는 IT기업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까’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헬스케어 산업에 다양한 기업들의 진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IT기업들의 사업 진출이 활발하다. IT와 헬스케어 기술의 융합 속도가 빨라지면서 관련 시장도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 예를 들어 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통해 환자 각자에 맞춤화된 관리가 가능하도록 치료법이 개선되고 있으며, 병원 안에서뿐 아니라 병원 밖에서도 환자들이 연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리포트를 발표한 LG경제연구원 고은지 연구원은 “사실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IT 기술과의 융합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최근 변화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있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첨단 분석 기술과의 융합으로 의료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 사물인터넷 기술 등으로 측정된 데이터는 클라우드나 개별 병원 시스템에 축적되고,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데이터 분석 기술과 결합돼 의료진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기술은 영상진단 등 진단에서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분야에서 응용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최근 IBM 왓슨(Watson)을 비롯해 구글도 의료용 인공지능 진단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영상진단 등 세부 분야별로 특화된 기술 역량을 보유한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 진단 분야는 암을 시작으로, 소화기계·근골격계·신경계·호흡기계 질환 등으로 응용 분야를 넓혀 나가고 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전체 암의 약 80% 정도를 진단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향후 5년 이내에 전체 암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신약 개발의 도구로도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 연구원은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기술은 수천~수만 건의 논문을 검색하고 학습, 수많은 신약 후보 물질 중 유효한 물질을 발굴해 내는 작업을 좀 더 빨리 진행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분석기술의 도움을 받게 되면 소수의 연구원만으로도 신약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기간을 고려한다면 제약 기업들로서는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 매우 시급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병원·소비자·보험사 등의 주 수요층이 새로운 IT 기술 도입에 대해 강한 필요를 느끼고 있어 시장은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인텔, IBM과 같은 IT 기업들은 병원정보시스템 등 다양한 서비스 솔루션 기반으로 헬스케어 산업에 오래전부터 진출해 왔다. 그러나 이들 IT 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단순히 지원 역할이 아닌 자신들이 중심이 돼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해 내고자 한다는 점에서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최근 들어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거대 IT 기업들 또한 헬스케어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각 기업의 헬스케어 사업 전략이 아직 구체적으로 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IBM은 기존 의료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인공지능이라는 뚜렷한 키워드를 내세워 차별화하고자 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은 각각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성장 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구글은 개인 의료·건강 데이터 플랫폼, 애플은 스마트폰·웨어러블 의료기기, 아마존은 의약·의료기기 유통이나 의료서비스·보 험 분야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사업 전략을 집중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고은지 연구원은 분석했다. 고 연구원은 “무엇보다 이들은 헬스케어 사업에서 존재감을 높여 갈수록 종전의 사업 기반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헬스케어 사업 추진에 있어서는 아무리 속도가 느릴지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그는 다만 “헬스케어와 디지털 분야의 결합을 통해 기존 의료서비스와 건강관리 영역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진행 중이지만,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것처럼 이른 시일 내 급격한 전환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아직 많고, 보수적인 의료계의 지지를 끌어 내야 하는 부분 등 헬스케어 신사업 모델이 자리를 잡아가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게 고 연구원의 설명이다.
고은지 연구원은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드는 IT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 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 헬스케어 주체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료계 등 고객 다수의 필요와 공감에 기반한 사례 축적을 통해 단계적으로 가치를 입증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