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배구조 개선 칼 빼들자… ‘명분 쌓기’ 나선 금융사

입력 2018-08-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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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이 금융지주에서 행장 후보를 여러 명 추천받기로 내부 규정을 바꾼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호응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금융지주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내부규정’을 개정했다. 개정한 조항은 최고경영자(CEO) 후보자 추천 절차를 다룬 제36조다. 새 조항은 지주 내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대표이사와 은행장 후보자를 여러 명 추천하도록 한다. 추천을 받은 임추위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법규에서 정한 자격 기준 및 자질, 역량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합한 은행장 후보자를 주주총회에 추천해야 한다’고 정했다. 이전 규범에는 행장 후보자의 ‘복수 추천’ 여부가 명기되지 않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모호하게 있던 조항을 명확하게 한 것”이라며 “CEO 선임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부터 수차례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를 언급하자 ‘명분 쌓기’ 용으로 미리 대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금융을 비롯해 신한·KB·NH농협 등 4개 금융지주는 그동안 계열사인 은행 장을 사실상 내정해왔다. 지주 내 임추위가 한 명의 최종 후보자를 정하면 은행 임추위가 그대로 승인해 주주총회에 올리는 식이다. 지주 임추위는 지주 회장과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한다. 이 때문에 사실상 회장 입맛에 맞는 사람을 행장으로 앉힌다는 비판이 있었다.

실제로 2001년 9월 첫 지주회사로 출범한 신한금융을 비롯해 하나금융(2005년), KB금융(2008년), 농협금융(2012년) 모두 그동안 단 한 명의 후보를 행장으로 정했다. 은행 임추위에서 해당 후보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

금감원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해 초부터 KB·신한·농협·하나·BNK·DGB·JB·한국투자·메리츠금융 등 9개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들여다봤다. 금융회사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지난달 지배구조 관련 금감원 경영실태평가를 받은 하나금융이 경영등급이 나오기 전에 미리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평가 결과는 1~5등급으로, 2~3달 안에 나온다. 회장 연임 등 문제로 껄끄러웠던 금감원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나머지 금융지주 내 은행들은 CEO 선임 절차와 관련, 특별히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주 이슈라서 지주와 함께 의견을 정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제도 취지는 좋지만 중요한 것은 의지”라며 “지배구조 문제는 제도를 투명하게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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