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환경비용을 반영하고, 미세먼지 저감 및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석탄화력 발전량 비중을 2022년까지 30%로 축소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실효성 제고 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1월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계기로 환경과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에너지 전환이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석탄화력 및 원자력발전 비중이 확연히 감소하는 한편,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발전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2016년 발전원별 전력생산 비중을 보면 석탄화력발전은 28%, 원자력발전은 18% 수준까지 하락한 반면, 재생에너지(수력 포함) 발전 비중은 24%, 천연가스 발전 비중은 28%까지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도 에너지 공급 과정에서 환경과 국민 안전을 보호한다는 기조하에 에너지 전환을 선언했다. 그런데도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되레 증가하고 있다. 실제 2017년 석탄화력 발전량은 전년 대비 11.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석탄화력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0%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작년 12월 수립한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통해 석탄화력발전 설비용량을 2017년 36.9GW에서 2022년 42.0GW로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석탄화력발전의 증가가 지속될 경우 미세먼지 발생, 온실가스 배출 등의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보고서는 에너지 전환 대책의 실효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외부 효과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제급전 시스템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 미흡을 꼽았다.
이러한 현행 전력 공급 체계를 △환경비용을 반영하는 과세 체계 △발전단가에 환경성 변동비 반영 △에너지원별 발전량 조정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 및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의 에너지 믹스 실현 등의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비용 반영 등을 고려할 경우 석탄화력의 비용이 천연가스보다 특별히 싸지 않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도 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원별 외부효과(환경비용)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고, 발전단가에 연료비 외에 오염물질 저감 약품비, 폐수처리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 등 환경성 변동비 반영을 통해 자연스러운 에너지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발전소 건설과 유지에 드는 고정비까지 포함한 균등화 발전비용을 기준으로 급전 체계를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에너지 공급 과정에서 환경과 국민 안전을 고려해 최근 에너지 세제에 대해 외부비용을 반영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장 연구위원은 환경비용을 반영한 상태에서 현재 43%에 달하는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2022년까지 30%로 줄이고, 원자력 발전 비중은 26.8%에서 31.6%, 천연가스 발전 비중은 22.2%에서 27.4%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0%에서 9.7%로 조정해야 에너지 전환 정책의 실효성이 제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럴 경우 2022년 초미세먼지는 2017년 대비 30.2%, 온실가스는 15.4% 감축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전 정산금은 2017년 44조7000억 원에서 2022년 46조8000억 원으로 증가하고, 가구당 월 전기료 부담액은 3만2100원에서 3만3595원으로 1495원 정도 오르는 것으로 예측됐다.
장 연구위원은 “국민이 체감할 정도로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 발전량에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다”면서 “이에 따라 발생하는 석탄 화력발전 유휴설비는 피크 시즌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공급 예비전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에너지원별 외부효과, 실질적인 발전단가, 예상되는 국민부담 등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대국민 수용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