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가 바꾼 신세계 아카데미 시간표

입력 2018-08-07 08:11 수정 2018-08-0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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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신세계)
(사진제공=신세계)

#.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 모 씨는 올해 7월부터 6시 ‘칼퇴’를 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갑자기 늘어난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했지만 금세 적응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아카데미(문화센터)에서 진행한 ‘원데이 클래스’ 덕분이었다.

그는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이용해 ‘수제맥주 만들기’ ‘태국 음식 쿠킹 클래스’를 들었다”며 “가까운 곳에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어 이번엔 가을학기부터 정규 수업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 제도가 시행된 지 어느새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직장인들의 ‘저녁이 있는 삶’은 백화점 문화센터 시간표도 바꾸고 있다.

최근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란 말이 화두로 떠오르며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직장인이 많아졌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젊은 세대에게도 각광 받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엔 아카데미 가을학기 수강생을 모집하면서 워라밸 관련 강좌 비중을 10~15%가량 늘렸다.

7월 23일부터 모집을 시작했는데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과정’ ‘베이직 드럼’ ‘1:1 필라테스’ ‘1:1 미백 에센스’ ‘친환경 비누 만들기’ 등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취미 관련 강좌는 벌써 조기 마감됐다.

젊은 층 수강생 역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학기 수강생 연령대를 분석해본 결과 20~30대가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 수준이었던 20~30대 비중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젊은 세대의 백화점 문화센터 이용 증가는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이 크다. 야근과 회식을 줄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52시간 근무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일찍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문화센터로 몰리고 있다.

백화점 역시 문화센터를 찾는 젊은 직장인의 발길이 반갑다. 문화센터가 백화점의 문턱을 낮춰주면서 매출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일반 고객들이 백화점을 이용한 횟수가 월평균 1.2회인 것에 반해 아카데미 회원이 이용한 횟수는 월평균 약 8회로 6배가 넘는다. 연간 사용액이 2000만 원 이상인 VIP 고객의 비중 역시 일반 고객보다 8배가량 높다.

신세계 아카데미 관계자는 “주부 수강생들이 몰리는 오전 11시와 오후 1, 2시 시간대가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에 비해, 이번 학기에는 저녁 시간을 활용해 수강하려는 직장인들이 몰렸다”면서 “젊은 부부나 여유 있는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2030 수강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련 신세계 아카데미는 가을학기를 맞아 드로잉, 댄스, 음악, 운동, 필라테스 등 2030 젊은 세대가 관심 있는 이슈들로 수업을 준비했다. 또 수강인원 역시 20%가량 확대하는 등 아카데미 수강생 수요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이번 학기에 새롭게 시작한 ‘맨즈 스타일링’ 강좌가 있다. 남자들이 백화점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는 등 패션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아카데미에서도 관련 수업을 준비했다. 여러 가지 색상을 믹스업 매치하는 법과 체형별 맞춤 코디 등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패션 팁을 알려준다.

전문가와 함께 하는 다양한 쿠킹 클래스도 있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글루텐프리 건강 디저트’를 만드는 수업, 식음 브랜드 베키아에누보의 메뉴를 직접 알려주는 ‘트렌디 브런치’, 민경빈 셰프와 함께 싱가포르 요리를 만들어보는 ‘아시아 요리고수’ 강좌도 마련했다.

SNS 스타가 직접 오는 강연도 인기다. 방송 프로그램 ‘하트시그널’ 출연해 화제가 됐던 한의사 김도균 원장의 ‘셀프 피부관리 팁’에서는 환절기 예민한 피부의 건강관리법을 알려준다. 러닝 전문가 ‘런소다’가 알려주는 ‘러닝 다이어트’도 직장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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