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주 금천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 팀원
얼마 전, 볼일을 마치고 가는 길에 환승역에서 자그마한 소동을 보았다. 노숙인과 더덕 할머니 사이에서 벌어진 실랑이였다. 역사 직원도 있었지만, 두 사람에겐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삿대질과 욕설 등등으로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고조되어 갔다.
옆에서 들어보니 실상은 이러했다. 지나가던 노숙인이 할머니에게 공짜로 더덕을 얻어먹어 볼 심산이었는데 더덕 할머니가 매몰차게 거절했고, 이에 화가 난 노숙인이 이것저것 꼬투리를 잡으며 이수역 내의 영역 싸움으로까지 불거진 것이다. 언제부터 여기 앉아 있었냐며, 원래 이렇게 큰 역은 각자 자기 영역이 있는 것 모르냐며 노숙자는 소리쳤다. 할머니는 지지 않고 이 지하철역이 애초부터 당신 것이냐고 항변했다.
그 말싸움 장면은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고, 역사 직원도 이미 지쳐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그곳만 정지된 듯했다.
왜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자면 머리와 마음이 아파왔지만, 결국 그것은 ‘자그마한’ 소동이었다. 이미 ‘우리의 세계’에서 탈락한 사람들끼리의 ‘자그마한’ 소동이었다.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의 몸짓에서, 어쩔 수 없이 말리러 온 듯한 역사 직원의 행동에서 느낄 수 있는 정말이지 ‘자그마한’ 소동이었을 뿐이었다. 바쁘게 지나칠수록 맡을 수 없이 흩어져 사라지는 더덕 향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