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무임금 가사 노동’의 가치를 발굴하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가치 측정에 앞서 우선 가사 노동에 쓰는 시간을 통계 내기 위해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도 국가표본조사국(NSSO)은 올해 1월 1일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2020년 6월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후 3년마다 조사 결과를 업데이트한다.
인도 13억 인구 가운데 약 7억 명은 고용시장에서 배제돼있다. 이들의 가사 노동은 국민 소득에도 집계되지 않는다. 데비 프라사드 몬달 NSSO 국장은 “이 프로젝트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인도 경제의 정확한 고용 지표를 보여주고 복지 시스템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알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무임금 노동자의 75%는 여성이다. 이들의 노동을 각국 국내총생산(GDP)에 포함하면 약 15~5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의 상황도 비슷하다. 인도 여성 대다수는 고용시장 밖에 있고, 그나마 직업을 가졌던 여성도 가정에서 자녀와 노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도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은 매일 평균 352분을 무임금 가사노동에 투입하고 있다. 51분을 쓰는 남성보다 약 7배가 많은 시간 동안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노동’을 하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경제활동에 참여할 경우 인도 GDP는 27% 증가할 수 있다.
여성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면 그들의 삶을 개선할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실례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농촌 지역에 조리용 가스를 공급해 여성이 땔감 모으는 시간을 줄여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몬달 국장은 “인도의 노동과 고용에 대한 조사는 그동안 남성의 일만 반영했다”면서 “여성들이 고용시장에 편입돼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자세한 수치를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여성과 아동을 위한 고용·복지 정책을 만드는 데도 더 명확한 자료를 제공한다. 국민소득을 더 넓게 추정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인도 정부는 프로젝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성 평등과 여권신장 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는 1998년 처음으로 6개 주에서 이와 비슷한 소규모 연구를 했지만 이후 20년간 본격적인 조사는 미뤄왔다. 몬달 국장은 “이제 인도도 경제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