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의 활성화로 신경제구상이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통일 여건 조성을 비롯해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에 상당한 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동북아 경제 공동체 추진으로 한반도가 동북아 지역 경협의 허브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 남북 경협, 제도적 기반 취약·국내 정치 사정 따라 합의 사항 지켜지지 않아 한계= 남북 경협은 1989년 시작됐다. 노태우 정부의 7·7 선언 이후 대북 교역이 공식화했고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을 강조한 김대중 정부 들어 본격화했다. 이후 2016년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기 전까지 남북 간 경제 교류는 꾸준히 증가했다.
철도·도로 연결 사업으로 2002년 단절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시범적으로 운행했고 라진-하산 프로젝트 사업에 국내 민간 3사가 참여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고 국내 정치 사정에 따라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등 한계점도 컸다.
2008년 이후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남북 경협은 정체 및 중단기를 맞는다.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 중단,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일체의 남북 경협이 중단됐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개성공단이 일시 중단 사태를 맞았으나 재가동됐고 결국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개성공단은 완전히 폐쇄됐다. 2016년 3월 10일 북한이 남측 자산의 완전 청산을 선언하면서 남북 경협은 전면 중단된 것이다.
◇ 2000년 이후 남북 교역액, 개성공단 전면 중단 전까지 꾸준히 증가= 남북 간 교역은 1989년 시작한 이래 교역액과 승인 건수 기준 성장세가 지속됐다. 특히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추진해 온 결과 2000년 이후 남북 교역액은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되기 전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며 교류 건수도 2000년 이후 총 474건에 달했다. 이 중 개성공단 관련 사업이 총 390건으로 약 82%를 차지했다.
개성공단의 활성화로 인해 중단 전년인 2015년 남북 교역 규모는 27억15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8년 대북화해협력정책(햇볕정책)을 선언했던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관광이 중단되기까지 9년 8개월 동안 약 196만 명의 우리나라 국민이 금강산을 다녀오면서 남북 교류 사업 중 가장 많은 인적 교류를 기록했다고 입법조사처는 설명했다.
◇ 남북 합의 제도화·국제화 기반 취약…남북 경협의 한계= 남북 경협은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한계가 있었다. 이승열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남북 합의의 제도화 기반과 남북 경협의 국제화 기반이 취약했다”며 “남북 경협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경협의 주체가 남북만이 아닌 국제사회의 참여가 필수적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로 정부는 개성공단의 지속 가능성을 확립하는 방안으로 국제사회의 투자를 유치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통행·통신·통관의 해결을 북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북측의 거부로 끝내 무산된 바 있다.
이 조사관은 “향후 비핵화 과정에서 전개될 남북 경협 또한 북한의 개방을 전제로 세계은행(WB) 등 국제 금융기구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가 목적이기 때문에 남북 경협의 국제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미비는 여전히 중요한 정책적 한계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 ‘한반도 신경제구상’…“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 창출하는 그랜드 플랜”= 그는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대해 “우리 경제의 영토를 남북 경협의 활성화를 통해 북한 및 동북아와 유라시아로 확장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그랜드 플랜”이라고 설명했다.
신경제구상의 주요 내용은 한반도의 3대 경제 벨트(환동해·환황해·DMZ 접경 지역) 구축 전략으로 한반도의 균형 발전과 북방 경제 연계 강화로 성장 잠재력 확충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는 “남북 경협의 활성화로 신경제구상이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통일 여건 조성은 물론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에 상당한 효과가 예상된다”며 “동북아 경제 공동체의 추진으로 한반도가 동북아 지역 경협의 허브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전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로 북한 경제가 개방의 길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설정한 것”이라며 “신경제구상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미국의 양자 제재가 해제 및 유예될 때 비로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신경제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대북 제재의 해제 및 유예를 위한 철저한 사전 준비와 남북 경협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남북 경협은 단순히 경제적 요인만이 아니라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서 종전 선언과 정전 협정의 평화 협정으로의 전환 등 한반도 질서의 근원적 변화를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남북 경협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남북 합의의 제도화와 국제화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 남북의 사회 문화 교류 확대를 통해 비핵화 진전에 따른 본격적인 남북 경협에 대비한 사전 준비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