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인터넷은행 대규모 증자 ‘초읽기’

입력 2018-08-0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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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2대 주주 KT 투자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출범 1년을 맞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홍보하며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에 발 벗고 나섰다. 조만간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쪽짜리 신세를 면하지 못했던 인터넷은행이 대규모 증자로 살 길을 모색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직접 참석해 인터넷은행에 강하게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은산분리 완화를 거론한 것이다.

은산분리는 출범 1년을 맞은 인터넷은행 생존을 결정할 ‘열쇠’로 일컫는다. 현행법에서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의결권 있는 금융회사 지분을 4%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의결권 없이는 최대 10%까지 가능하다.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애초 정부는 인터넷은행만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국회에서 막히면서 무산됐다. 이 때문에 KT를 2대 주주로 둔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을 하지 못해 대출상품 중단으로 이어졌다.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한 KT는 증자를 하고 싶어도 법정 지분율 한도 때문에 쉽지 않다. 다른 주주들이 다 같이 돈을 내서 지분율을 유지해야 하지만, 일부 주주들이 이에 반대해 지난해 1차 증자에서 1000억 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2차 증자도 난항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인터넷은행 규제 개혁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터넷은행이 은산분리에 발목을 잡혔다는 인식에서다.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신용대출 금리가 하락하고 수수료 인하 경쟁이 나타났다고 했다. 금융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연관 산업에서 5000명의 고용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금융당국도 정부 기조에 맞게 은산분리 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전선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물론 학자 시절 이에 반대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공감대를 이뤘다. 윤 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시점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인터넷은행 활성화는 국가적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망은 밝다.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이던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최근 다른 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민병두 신임 국회 정무위원장은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에 긍정적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안을 발의한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당 간사를 맡았다. 현재 국회에는 산업자본의 금융사 지분 보유 한도를 34%나 50%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또는 은행법 개정안 5건이 올라가 있다.여야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규제 둑이 무너지면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전체로 은산분리 완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은행 자금 조달은 다른 기업의 참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무위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문제점을 진단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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