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발 묶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 국회처리 속도낸다

입력 2018-08-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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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관련 법안 5건 계류... 자본, 은행 지분보유 한도 10%→34% 특별법 논의 전망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은산분리(銀産分離) 규제 완화를 직접 촉구하고 나서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의 논의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거대 기업(산업자본)이 은행 등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2년 도입된 제도이지만, 최근 인터넷은행의 등장 이후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로 지목돼 왔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총 5건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관영,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운영에 관한 특례법안 3건을 비롯해 강석진,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 2건 등이다. 이들 법안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와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 등에서 시각이 조금씩 다르지만 현행법상 이 규제를 크게 완화한다는 주요 방향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일단 입법 작업이 본격화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의 여당 간사를 맡은 정재호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을 바탕으로 여야 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 의원의 법안은 산업자본(비금융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현행 10%에서 34%로 늘리되 인터넷은행이 원칙적으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재벌기업의 은행 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사실 그동안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논의가 진통을 겪은 것은 야당이 아닌 여당 내의 반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은산분리에 비판적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의 기류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정 의원은 “사실 우리 당 의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것은 과거 ‘최순실 사태’ 당시 케이뱅크 인허가 특혜 등에 대한 비판”이라면서 “KT에 문제가 있다면 별건으로 들여다보면 되지만, 법에 담을 수는 없지 않느냐. 이슈는 이슈고 법안은 법안, 이렇게 정리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의 야당 또한 일찍부터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찬성해 온 입장이다. 따라서 앞으로 법안 논의 과정에서의 여야 협의는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여야 3개 교섭단체가 참여하는 민생경제법안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애초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해 은행법을 개정할 것인지, 별도의 특례법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지만 특례법 제정 쪽으로 의견을 정리한 분위기다. 정 의원은 “문 대통령의 언급도 은행법을 건드리자는 것은 아니다”며 “야당도 이렇게 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석 의원도 “민주당에서 의견수렴만 되면 이 문제는 해결되는 문제”라며 “은행법 개정도 특례법 제정도 상관없으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 8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다만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와 정의당이 여전히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은 남은 변수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날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재벌 금융계열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규제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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