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존폐 기로’에 선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입력 2018-08-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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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쇄국정책’에 빗썸·업비트 거래량 뚝…국내 거래소, 고객 서비스도 인색해 사용자 해외이탈 부추겨

한때 세계 최정상의 거래 규모를 자랑하던 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코인) 거래소들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국내 거래소 중 글로벌 10위권에 진입한 곳은 한 곳도 없고, 빗썸과 업비트가 20위 안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정부의 ‘거래소 죽이기’ 정책과 거래소들의 안일한 서비스가 합쳐진 결과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쇄국정책, 국내 시장 죽였다 = 정부는 1월 30일부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외국인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거래소 입금 시 신원확인을 강화하기 위해 실명계좌 사용을 의무화했다.

글로벌 1~2위를 다투고 있던 빗썸과 업비트가 직격탄을 맞아 거래량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가상화폐 통계 전문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빗썸의 거래규모 순위는 18위(7일 오전 9시 기준)이며, 업비트는 19위를 차지했다. 대형 거래소의 부진과 함께 코인원은 49위, CPDAX(코인플러그) 52위, 코빗 57위, 고팍스 69위로 하락했다. 업계에선 외국인 거래 제한과 입금 실명제가 투자자의 심리 위축을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의 입금 절차를 마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 입금을 담당하는 은행들이 정부 눈치를 살피며, 신규계좌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의 입금계좌 관리 기준이 필요 이상으로 엄격하고, 은행들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입금 절차의 변화로 신규 자금 유입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해외 투자자의 사용제한까지 겹쳐 국내 거래량 순위는 곤두박질쳤다. 대부분의 해외 거래소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현금 입출금만 엄격히 관리하고 가상화폐 입출금은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거래소 서비스 ‘낙제점’ = 투자자들은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국내 거래소들의 수준 낮은 서비스가 해외거래소로의 이탈을 부추겼다고 비판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 3사의 과점 상태에서 거래량이 증가할 때면 어김없이 서버 다운이 발생했다. 서버 다운이 발생하면 거래 참여자들은 계획했던 거래를 할 수 없게 돼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해 10월 뒤늦게 참여한 업비트조차도 사용자가 몰릴 때 홈페이지가 마비되며 많은 사용자에게 피해를 줬다.

이런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국내 사용자들은 차츰 해외거래소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말부터 각종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홍보한 바이낸스가 국내 사용자들을 대거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국 거래소 오케이익스(OKEx)와 후오비(Huobi)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사용자 층을 넓히고 있다.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로 옮기는 이유에 대해 국내 거래소의 낙후된 서비스 마인드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상화폐 시장에는 보유한 코인을 기반으로 새 코인이 만들어졌을 때 주식 배당과 같이 지급받는 이벤트가 수시로 발생한다. 이를 ‘에어드롭(Airdrop)’이라고 한다. 바이낸스와 오케이익스, 후오비 등은 대부분의 에어드롭을 고객에게 지급하고, 이른 시일 내 거래할 수 있도록 상장까지 지원한다. 반면 국내 거래소들은 에어드롭 코인의 지급에 지지부진하고 있다.

수수료도 문제다. 코인 출금 수수료가 해외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일례로 이더리움의 출금 수수료는 국내 거래소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0.01이더(ETH)이다. 이는 약 4000~5000원 수준으로, 실제 들어가는 비용의 10배 이상인 셈이다. 해외 거래소는 이에 배해 2~5배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국내 거래소들은 투자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혜택을 외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 거래소를 이용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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