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신차에 동일 결함이 반복될 경우 교환 또는 환불이 가능해진다.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Lemon Law)이다. 반면 최근 불거진 BMW 화재사고처럼 차량이 전소될 경우 원인규명이 불투명해진다. 결국 레몬법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비롯한 관련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경기도 화성에 자리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직접 방문, BMW 화재 제작결함조사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과 안전진단 결과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만큼 해당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국토부 측은 덧붙였다.
김 장관은 “리콜대상 BMW 차량 소유주 분들께서 본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미 큰 불편을 겪고 계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터널, 주유소, 주차장 등 공공장소에서의 예기치 못한 차량 화재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국무회의를 통해 “BMW 화재사고에 대해 대처방식을 재검토해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사후조치를 취하라”며 “법령의 제약이 있더라도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 동시에 법령의 미비는 차제에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원인 규명 못한 제작사 결함에 레몬법 적용 못해 = 이번 화재 논란은 BMW측이 원인을 제시했으나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 측이 제시한 것 이외에 발화 원인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속속 나오고 있다. 그나마 이번 사건은 BMW가 화재 원인을 인정한 경우다. 따라서 해당 차 오너가 리콜을 받을 수 있고, 이 문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회사 측이 밝힌대로 100% 신차 교환이 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부터 한국형 레몬법을 시행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이 시행됨에 따라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달 31일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자동차 교환·환불 요건과 환불 기준, 교환·환불 중재 절차 등 세부 사항 등을 규정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신차 구매 후 중대한 하자가 2회 발생하거나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한 뒤 또다시 하자가 발생하면 중재를 거쳐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의 자동차 리콜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해 이달 중 법령 개정 등과 관련한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화재처럼 회사측 설계나 부품의 결함 탓에 불거진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일한 결함이 반복되면 레몬법 적용이 가능하지만 화재 사고처럼 증상의 반복이 아닌, 단일 사고로 차량 전체가 파손되거나 전소될 경우, 즉 원인 규명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레몬법 실효성을 위해 정부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는 여론도 우세하다.
◇손해 3배 배상하는 제조물책임법보다 더 강력 = 국토부 역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할 계획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제조사가 고의적·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내용이다.
정치권보 팔을 걷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은 지난 6일 BMW 차량의 잇따른 화재 사태와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함께 제작사의 결함입증책임법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에서 제조업자에게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면 자동차 제작사의 경우 이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된다.
박 위원장은 또 “차량결함 사고에 대해 정부의 역할이 부족해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과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역할 하고 소비자가 제작결함 조사에 참여하도록 자동차관리법 등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