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폭염특보가 발령된 날 야외 노동자에게 반드시 휴식시간을 주도록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열사병 예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폭염주의보(33도 이상), 폭염경보(35도 이상) 발동 시 1시간 일하면 10~15분간 휴식을 취해야 하고, 사업주는 음료수와 그늘막 등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일정한 장소에서 일하는 건설현장 노동자 등이 아닌 이동하면서 일하는 배달원, 검침원, 택배기사 등은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택배기사 A 씨는 “당일 배송을 요구하는 곳도 많아 배송을 맞추기 위해 12시간씩 일한다”며 “현장에서 1시간에 15분씩 쉬고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도시가스 점검검침원 B 씨는 “정해진 기한에 점검을 맞춰야 해 날이 덥다고 쉴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고용부 관계자는 “건설현장 노동자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위한 가이드”라며 “직종이 다양하고 작업 상황이 달라 사업주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폭염에 노출된 이동하며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세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터 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는 최근 ‘폭염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 보호를 위한 의견서’를 통해 “폭염 속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집배원, 택배노동자, 주차요원, 거리 환경미화원, 옥외나 외곽담당 미화노동자, 퀵서비스 노동자, 검침원, 공항 활주로 지상조업, 항만 노동자, 인터넷 에어컨 설치기사 등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폭염으로 인해 산업재해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