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그랜저와 쏘나타 등 4개 차종의 디젤 모델을 생산중단한다. 표면적으로는 "판매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9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배기가스 기준을 앞두고 원가상승과 이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 등을 사전에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현대차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LF쏘나타와 그랜저IG, 3세대 i30, 맥스쿠르즈의 디젤 생산을 중단한다. 이튿날인 10일부터 해당 모델의 생산을 중단하고 재고물량만 판매할 계획이다.
그랜저와 쏘나타의 경우 전체 판매량 중 디젤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각각 6%, 2%에 그쳤다. i30 디젤 역시 디젤이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최근 디젤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단종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이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하락했고, 디젤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인식변화도 시작됐다.
이날 서울시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 특별법)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서울시가 '강제 차량2부제'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시는 일단 미세먼지 비상대책으로 이미 준비한 '공해차량 운행제한' 제도에 중점을 둘 계획이지만, 심각성에 따라 강제 차량2부제 카드를 꺼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디젤 모델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가 줄지어 등장한 것도 디젤의 인기를 반감시켰다. 특히 이제 일반화에 접어든 하이브리드의 경우 디젤 못지 않은 연비를 뽑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기통 2.2 디젤이 전체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맥스크루즈의 경우 사실상 단종됐다. 신형 싼타페(TM)가 등장하면서 구형(DM)을 베이스로한 롱보디 버전에 대한 관심이 줄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9월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디젤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6C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하고 생산원가의 상승 및 가격경쟁력 하락이 잇따라 이어질 수 있다"며 "디젤 못지 않게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의 인기 상승 역시 디젤의 퇴출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