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를 연출한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임정규 감독이 9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고인이 된 임 감독은 197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를 연출하는 등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임 감독은 1966년 동양TV에 입사해 '황금박쥐', '요괴인간 뱀배로'의 원화 작업을 맡으면서 애니메이션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세기상사로 옮겨 '손오공', '번개소년 아톰', '보물섬', '황금철인'의 원화를 담당했고, 1974년 서울동화에서 '로보트 태권V' 1·2편의 캐릭터 디자인과 원화를 맡았다.
1976년에는 삼도필름에서 본인의 대표작인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와 그 속편인 '전자인간 337'을 연출했다.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는 1970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방송된 라디오 연속극 '태권동자 마루치'를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1977년 개봉해 16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으며, '달려라 마루치, 날아라 아라치'로 시작하는 주제가도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주제가는 "태권동자 마루치 정의의 주먹에 파란 해골 13호 납작코가 되었네"라는 가사로 전국의 국민학생들이 따라 불렀다.
이후 임 감독은 '별나라 삼총사', '소년007 은하특공대', '테일스핀', '다크윙덕', '크로', '킹 오브 더 힐', '검은 고양이 펠릭스'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하며 1990년대까지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한국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 등 9개 애니메이션 단체들은 고인의 업적을 기려 지난해 신동헌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고인의 장례를 한국애니메이션예술인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한편, 박재모 한국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 부회장은 "감독님은 정말 성품이 훌륭했고 애니메이션 행사가 있으면 꼭 참석해서 후배들을 많이 격려해주셨다"며 "업계 후배에게는 존경의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