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ㆍ선철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 불법 반입됐다. 러시아에 있는 항구에서 환적해 원산지를 위조하는 방법과 함께 일부 수입업체는 북한산 무연성형탄을 반입하면서 원산지증명서 제출이 필요 없는 세미코크스로 신고하는 꼼수를 부린 사실도 확인됐다.
관세청은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3개 수입법인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총 7회에 걸쳐 총 66억 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선철 3만5038톤을 국내로 불법 반입했다.
이들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에 있는 항구에서 다른 배로 환적해 원산지를 러시아로 세탁하는 수법으로 국내로 들여왔다. 3개 법인 중 2개 법인은 북한산 무연성형탄을 같은 방식으로 한국으로 들여오면서 원산지 증명서 제출이 필요 없는 세미코크스로 신고해 단속을 피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외환 전산망에 관련 대금 지급 흔적이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는 피의자들은 북한산 석탄을 중개무역의 대가 등으로 받아 국내 반입했기 때문이라고 관세청은 전했다. 이들은 북한산 물품을 러시아를 경유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중개무역을 주선하면서 수수료 형식으로 석탄 일부를 받아 거래했다.
피의자들은 러시아산 원료탄을 사들여 북한으로 수출한 뒤 물물교환 방식으로 북한산 선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내 수입자에게 판매하고 거래은행을 통해 신용장 방식으로 수입대금을 지급했다. 관세청은 신용장 거래 은행에서는 피의자들의 불법행위를 인지했다는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산 석탄에 대한 금수 조치로 거래가격이 하락하자 매매 차익을 노리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은 조사를 진행한 10개 사건 중 7건에 대해서 부정수입·밀수입 등 불법 혐의를 확인하고 관련 수입업자 3명과 관련 법인 3개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이들 중 1명은 사기 등으로 집행유예 기간에 있고, 다른 1명은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기소 의견 송치 대상에서 북한산 석탄을 수입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남동발전은 제외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상 수입 금지 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국내 반입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세컨더리 보이콧 등 외교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우리가 미국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 되지는 않더라도 금수 품목의 반입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허점을 보여 범정부 차원의 후속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수사가 지나치게 지연됐다는 지적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중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출석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사를 방해해 수사가 장기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