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 이번에는 화해?…50여년 갈등史 살펴보니

입력 2018-08-13 09:17 수정 2018-08-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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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형제 갈등이 숙질간 갈등으로 번지며 무려 50여 년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던 삼성그룹과 CJ그룹 사이에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최근 CJ그룹은 박근희 전 삼성생명 고문을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13일 첫 출근에 나서는 박 부회장은 CJ대한통운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 역할과 함께 CJ그룹의 대외 활동을 총괄하는 일을 맡게 된다.

오너인 이재현 회장이 지병으로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대외 업무를 맡아왔던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이채욱 CJ그룹 부회장이 모두 자리를 비우면서 사실상 박 부회장이 CJ그룹의 새 얼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기간 갈등을 빚어온 두 그룹 사이를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그룹과 CJ그룹간 불편한 관계의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맹희 전 회장은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지만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아버지와 갈등을 빚으면서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

이후 이건희 회장이 후계자로 낙점됐으나 고 이맹희 회장은 이건희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왔다. 형제간 갈등은 숙질간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부터 4년간 진행된 삼성과 CJ의 분리 과정에서 이학수 사장을 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령하는 등 제일제당 경영권을 놓고 이재현 회장과 갈등을 빚은 것이다.

이후에도 1995년 CCTV 사건 등 양측은 크고 작은 사건들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1년 대한통운 인수 과장에서도 두 그룹은 경쟁에 나서며 서로에 대한 비난전을 벌였고 2012년에는 급기야 이맹희 전 회장의 제소로 이병철 회장이 남긴 재산을 둘러싼 형제간 상속 소송까지 벌였다.

2015년 들어서는 일시적으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재현 회장을 위해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장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일가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담긴 동영상의 촬영 지시자가 CJ그룹 계열사 직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랜기간 이어져온 두 그룹의 갈등관계가 비로소 해소될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회장의 CJ행을 두고 벌써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회장도 “(삼성그룹과 CJ그룹의 화해와 관련)제가 역할을 할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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