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위태 위태’ 위례...천덕꾸러기 전락 이유는?

입력 2018-08-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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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도시는 버스를 타고 신도시 한가운데서 내릴 수가 없다. 지상의 트램 노선 확보를 위해 지하차도(사진 위)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례는 시작부터 트램을 염두에 두고 계획된 도시다. 사진 아래의 뻥 뚫린 길로 트램 노선이 계획돼 있고, 이 일대에 핵심 상권인 '트랜짓몰'이 위치해 있다.(김정웅 기자 cogito@)
▲위례신도시는 버스를 타고 신도시 한가운데서 내릴 수가 없다. 지상의 트램 노선 확보를 위해 지하차도(사진 위)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례는 시작부터 트램을 염두에 두고 계획된 도시다. 사진 아래의 뻥 뚫린 길로 트램 노선이 계획돼 있고, 이 일대에 핵심 상권인 '트랜짓몰'이 위치해 있다.(김정웅 기자 cogito@)

위례신도시 상권의 부진은 오락가락하는 트램사업의 일시적 충격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 위례 상권은 도시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만성적 수요부족을 겪고 있었다.

13일 찾은 위례신도시는 알려진 것처럼 도시 대부분에 공실만이 줄지어 있는 황량한 유령도시는 아니었다. 다만 위례 안에서도 건물 전체가 비다시피하는 심각한 상가가 밀집된 지역이 있는가 하면,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공실없이 임차인을 구한 상가로 가득한 건물이 있는 등 ‘양극화’라고 부를만한 편차가 눈에 띄는 도시였다.

위례의 핵심 상권은 트램 노선 예정지를 따라 형성된 ‘트랜짓몰’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위례가 나뉘어진 행정구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듯 트랜짓몰 역시 북부는 송파구, 남부는 성남시에 속해 있다.

트랜짓몰에서도 동편의 이른바 ‘프라자형 상가’라고 불리는 상가만으로 구성된 건물들은 성업중인 반면, 서편의 주상복합 오피스텔의 상가는 거의 전체가 공실에 가까웠다. 동편의 프라자형 상가는 2016년 10월을 전후해 준공됐고, 서편의 주상복합 상가는 2017년 8월을 전후해 준공해 약 1년간의 시차가 난다. 인근의 I공인중개사 사무소의 A씨는 “병원, 학원, 교회 등이 위치해 수요가 창출되는 프라자형 상가와 차량을 타고 주차장에서 바로 올라가는 입주민들이 수요를 창출하기 어려운 주상복합 상가와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3일 찾은 위례신도시의 핵심상권 '트랜짓몰'은 알려진 것처럼 전 지역이 공실로 가득한 유령도시는 아니었다. 다만 상권 서편의 주상복합 상가(사진 위)의 공실은 실제로 아주 심각한 수준이었고, 먼저 자리잡은 동편의 프라자형 상가(사진 아래)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김정웅 기자 cogito@)
▲13일 찾은 위례신도시의 핵심상권 '트랜짓몰'은 알려진 것처럼 전 지역이 공실로 가득한 유령도시는 아니었다. 다만 상권 서편의 주상복합 상가(사진 위)의 공실은 실제로 아주 심각한 수준이었고, 먼저 자리잡은 동편의 프라자형 상가(사진 아래)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김정웅 기자 cogito@)

가득차 보이는 프라자형 상가들에서도 실상은 오는 10월경 2년간의 임차계약이 만료시기에 빠져나가려는 임차인들이 많다고 K씨는 설명했다. 이처럼 또 한번의 공실 위기가 닥쳐오자 초기 350만~400만원에 형성됐던 트랜짓몰 1층 상가 임대료는 현재 230만~250만원까지 하향조정되기도 했다.

트랜짓몰 북부에는 위례아이파크와 송파와이즈 더샵아파트의 스트리트형 상가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역시 트램노선이 지나는 광장 대로변의 경우 공실이 전혀 없다시피 하지만, 조금더 단지 안쪽으로 들어간 골목 상가에는 곳곳에 공실이 눈에 띄었다. 다만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광장쪽 상가의 임차수요 역시 임대료 조정에 기인한 것으로, 입주 초기인 2015~2016년 경 350만원 안팎이었던 임대료가 최근엔 초기의 절반 정도로 조정됐다.

▲'트랜짓몰' 북부의 스트리트형 상가는 임대료 하향 조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트램 노선이 계획된 메인 광장(사진 위)에서만큼은 공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이 상권도 구석으로 들어갈수록 곳곳에 공실이 있는 구역(사진 아래)이 남아 있었다.(김정웅 기자 cogito@)
▲'트랜짓몰' 북부의 스트리트형 상가는 임대료 하향 조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트램 노선이 계획된 메인 광장(사진 위)에서만큼은 공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이 상권도 구석으로 들어갈수록 곳곳에 공실이 있는 구역(사진 아래)이 남아 있었다.(김정웅 기자 cogito@)

어느 상가던 임대료를 하향 조정하는 결정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다시 임대료를 올리려면 임차인과의 조정과정이 쉽지 않은 특성상 임대료 자체를 내리기 보다는 몇 달간의 무상 임대를 제시하는 ‘렌트프리’ 형태가 흔하다. 다만 위례의 일부 위태로운 상가 건물들의 경우 임대인들이 ‘렌트프리’ 정도의 방편으로 버틸수 없을만큼 공실에 대한 우려가 심각해 울며 겨자먹기로 임대료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위례의 공인중개사들은 주거도시로만 계획된 위례의 특징이 상권 수요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중개사는 “오피스 지구가 없이 순수한 주거수요만으로는 저녁 시간의 수요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사실 트램이 열린다 해도 트램으로 유입되는 인구보다 빠져나가는 인구가 더 많을 것이란 우려도 있어 임대인이나 임차인들이 반기기만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위례 상권 위기가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존재했다. 트랜짓몰 북부에 위치한 P공인중개사 사무소 K소장은 “사실 위기라는 말이 많지만 8호선 우남역 연장개통과 이마트 건립계획 등 연이은 호재들도 예정돼 있다”며 “지금은 투자자 위주의 상가 수요가 위주지만 호재가 반영된 2~3년 후에는 일반인들의 투자 수요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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