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청와대가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금융기관장에 앉히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열린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한 20차 공판에서 금융위원회 인사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진술을 공개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전 회장은 인사 청탁 명목으로 이 전 대통령 맏사위인 이상주(48) 삼성전자 전무를 통해 2007~2011년까지 총 22억5000만 원을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은 돈을 받은 대가로 이 전 회장의 인사 청탁을 청와대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승태 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팔성은 대표적인 MB 측근 인사, 소위 4대 천왕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며 "이팔성이 해결돼야 다른 금융계 인사가 진행된다는 인식,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이승균 전 행정관을 통해 (이 전 회장에 대한 인사 청탁 관련) 오더가 내려왔는데 이팔성이 한국증권거래소(KRX) 이사장 자리에서 낙마하자 난리가 났었다"며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는 우리가 정권을 잡은 것이 맞느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았다"고 밝혔다.
임 전 처장은 "청와대에서 이팔성을 우리(금융) 회장으로 하라는 오더가 분명히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이 KRX 이사장 자리에서 낙마하자 이 전 대통령의 타박이 있었다는 증언도 공개됐다. 김명식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이팔성이 KRX 이사장 자리에 가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는 것은 나와 인사 비서관실 행정관 모두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인사에 실패하자 대통령이 '그런 것 하나 제대로 못 하냐'는 느낌으로 반응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회장의 낙마로 금융위 관계자가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김영모 전 금융위 행정인사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팔성이 선임되지 못한 이유는 KRX 내부의 반발뿐 아니라 금융위에서도 이팔성을 모를 만큼 경력이 부족한 탓이었다"며 "청와대에서 선임하라는 사람을 하지 못해 책임지고 나가라고 해 사직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2008년 KRX 이사장 인선 과정에서 최종 후보자 경쟁에서 낙마한 후 2013년까지 5년간 우리금융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