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명암 ④] 보험사 워킹맘 “아이 돌볼 시간 생겼어요”

입력 2018-08-17 10:26 수정 2018-08-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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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에 근무하는 나미소 대리는 결혼 6년차 맞벌이 부부다. 나 대리는 최근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남편과 출퇴근 시간이 비슷해 근무가 연장될 경우 아이의 어린이집 통학을 제때 챙기지 못할까 노심초사했다. 지난해 갑작스런 어린이집 단축 운영에 남편이 반차를 쓰기도 했다. 다행히 나 대리의 회사는 올해부터 주 52시간 근무 정착을 위해 유연근무제를 조기에 도입했다. 이에 나 대리는 남편보다 이른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일찍 데리고 온다.

#보험사 영업지점의 영업총무이자 두 딸의 엄마인 김미영 씨는 요새 출근 전 30분의 여유가 생겼다. 매일 8시 40분에 시작했던 정보 미팅(조회)이 최근 9시로 20분으로 늦춰졌기 때문이다. 비록 40분이라는 시간이 생활에 극적인 변화를 준 것은 아니지만,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하는 ‘직장맘’ 김 씨에게는 사막 속 오아시스 같다. 출근 전 30분간 김 씨는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딸들에게 아침을 차려 주기도 한다.

금융회사는 정부로부터 ‘주 52시간 근무’ 시행을 1년 유예받아 근무 형태가 급격히 바뀌진 않았다. 하지만 대형 보험·카드사는 주 52시간 근무 조기 시행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보험사와 카드사는 주 52시간 근무 도입에 맞춰 유연근무제와 ‘PC오프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한 카드사의 경우 기존의 ‘9시 출근, 6시 퇴근’ 체계에서 벗어나 오전 7시에서 10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제도는 맞벌이 부부나 본인의 생활 리듬 또는 일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절해야 하는 사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PC오프제 역시 주 52시간 근무 정착을 한몫 거든다. 또 다른 카드사는 오후 6시 30분이 되면 모든 PC가 강제로 종료된다. 해당 카드사 관계자는 “(PC가 강제로 꺼지기 때문에) 야근이 거의 사라졌다”며 “그 전에 업무를 마감하려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만약 다시 컴퓨터를 켜면 부서장 등에게 경고 조치가 내려진다(사실상 잔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각종 보안 프로그램 등이 많은 금융회사 특성상 컴퓨터를 다시 켜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도 반영됐다.

삼성화재는 오전 8시에서 오후 6시 30분까지만 PC를 사용할 수 있는 ‘PC온오프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대해상도 PC오프제를 주 5회 진행하고 있으며, KB손해보험은 영업·보상직군이 필요한 경우 1일 1회, 2시간 연장근무를 할 수 있게 했다. 삼성생명도 이달 PC오프제를 도입했고, 교보생명의 경우 노사가 근로 형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 사무직군 외에 고객 상담을 담당하는 텔레마케터나 기타 직군 역시 전 부서 동일 적용 방침에 따라 유연근무제(자율출퇴근제 포함)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홍보팀과 영업, IT와 재무 등 업무시간을 딱 잘라 구분할 수 없는 직군은 아직까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각 사는 노사 합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제도 정비를 위해 노사가 함께 고민하고 있다”며 “선택·탄력 근로제와 관련해 노사 합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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