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드는 신남방정책] 말레이 신정부 경제부흥 박차…“한국, 경협 기회”

입력 2018-08-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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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산업화 주도 마하티르 총리 재집권…경제 살리기 국민적 기대감↑ 공공부채 문제 해소·서민 생활 부담 경감·아세안 중심 대외경제 정책 추진 방점

2018년 5월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희망연대(4개 정당연합·약칭 PH)의 승리를 이끈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93세)의 신정부 출범으로 말레이시아 경제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1980~90년대 산업화를 주도해 온 마하티르 총리가 15년 만에 재집권하면서 현재 위기 상황에 놓인 말레이시아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 추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신(新)남방정책(아세안 국가와의 교류 증진)을 근간으로 한 양국 간 경제 협력의 모멘텀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내놓은 ‘말레이시아 신정부의 경제정책과 신남방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5월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마하티르 총리가 이끈 PH가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국영투자기업 1MDB를 둘러싼 나집(Najib Razak) 전 총리의 수조 원대 비리 스캔들 확산에 따른 반감 고조, 2015년 4월 물품용역세(GST) 도입 이후 물가 상승에 따른 민생 악화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과거에 20년 넘게 경제성장을 주도한 마하티르 총리가 지금의 말레이시아 경제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성장 모멘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국민의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막대한 공공부채 문제와 더불어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와 함께 생산성 향상 지연, 제조업 관련 자체 기술력 부족 등으로 인해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으며 원유, 가스 등 광업 부문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고부가가치 제조업 및 서비스업 육성 정책도 제대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마하티르 신정부는 1조 링깃(약 2514억 달러, GDP의 80%)을 웃도는 공공부채 감축, 서민 생활 부담 경감, 제도 개혁을 통한 국가 경쟁력 향상, 균형적인 대외경제정책 추진 등을 중심으로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우선 공공부채 감축을 위해 경제성이 낮은 대형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중단 선언, 지출 축소, 희망펀드(Tabung Harapan Malaysia) 설립 등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조치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서민들의 생활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GST 대체 세원 발굴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GST를 완전히 폐지하고, 연료가격 상승으로 서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는 연료보조금 폐지(2014년 11월 시행)도 원래대로 돌려놓을 계획이다. 부정부패 방지, 총리 권한 축소, 정부 조달·입찰·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추진 투명성 제고 등 제도 개혁을 통해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힘을 쏟는다. 특히, 신정부는 실용주의에 입각한 대중국 협력 추진 및 대일본 경제 협력 확대,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대외경제정책을 펼쳐 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마하티르 총리는 올해 6월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일본의 지식, 기술, 노동 윤리 습득을 골자로 하는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방정책은 마하티르 총리가 미국, 유럽 등 서방 선진국이 아닌 한국과 일본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해 경제 발전을 이루고자 1982년부터 시행한 정책으로, 기술 훈련 등 인적자원개발 분야 관련 협력이 주를 이룬다.

또한 마히티르 총리가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 대외경제정책 추진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비춰볼 때 일부 아세안 국가가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보다는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타결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3월 일본, 말레이시아 등 11개 회원국이 정식 서명한 CPTPP에 대해 마하티르 총리는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에 대한 시장보호 필요성을 이유로 협상 재검토를 표명한 상태다.

이처럼 마하티르 신정부 출범으로 실리에 기반한 균형 외교 정책 추진, 아세안 중심 동아시아 다자협력 강화, 동방정책 재활성화 등이 예상됨에 따라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근간으로 한 양국 간 경제 협력 모멘텀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문하고 있다.

신민금 KIEP 전문연구원은 “신정부가 동아시아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점, 과거 서방 선진국이 아닌 동아시아 국가(한국·일본)를 경제성장 모델로 삼은 점 등은 한국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말레이시아의 동방정책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 간 정상급 교류를 통해 말레이시아와의 협력을 타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가 한국에 있어 주요 자원 공급처, 건설 시장, 중동 진출 교두보 측면에서 전략적인 국가이고 GST 폐지, 연료보조금 부활 등 신정부의 공약 이행으로 내수 회복이 이뤄지면 우리 기업에 고급 소비재 및 할랄 식품 분야의 진출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 전문연구원은 또 “국제유가 상승 기조로 말레이시아의 주요 산업인 석유화학 부문 설비투자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 석유화학 기업들은 관련 프로젝트 입찰 현황을 예의 주시하고, 현지 국영석유기업 페트로 나스(Petronas)와 석유화학 분야 제3국 공동 진출 기회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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