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방향 수정도 시사
이 총리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어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를 포함한 국무위원 모두가 자리를 걸고 이 위기를 타개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치와 역할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일단 결론이 나면 그에 따라야 한다”며 “엇박자나 부적합한 언행이 더는 노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연말쯤 가면 고용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청와대 참모들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런 말씀은 국민에게 빨리 성과를 보이겠다는 의욕의 표시로 이해해주면 좋겠다”며 “고용과 관련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구조적·경기적 측면을 감안하면 이른 시간 내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전망을 의욕 정도로만 치부한 셈인 동시에 장 실장과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겨냥한 듯한 말이다.
다만 김 부총리는 장하성 실장과의 경제 위기와 진단이 엇갈린다는 지적에 대해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정책실장과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논의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큰 상황에 대한 인식과 문제 진단, 큰 방향에 있어서는 같다”고 말했다.
앞서 김 부총리는 지금까지 추진한 경제정책의 수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관계부처·당과 협의해 개선·수정하는 방향도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협의’라는 조건을 걸었지만 김 부총리가 공개적으로 경제정책 수정을 시사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고용 상황과 관련한 당·정·청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장 실장은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연말까지 고용 상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를 바란다”며 “국민이 이른 시일 내 정책 효과를 실감할 수 있도록 당과 정부, 청와대가 한 몸이 되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거시경제 총괄부처 장인 김 부총리가 고용 등 경제 현안에 대한 시각을 다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고용과 관련해 “연말께 기대효과가 나타나고, 더 정확히는 내년 초는 돼야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 구조조정 등에서 발생한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내년 초께엔 긍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고용률과 취업자 수도 내년 초 정도는 돼야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엇박자 논란을 의식한 듯 “정책에서 무엇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난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