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 시리즈의 기본 설정. ‘핵전쟁으로 지구촌은 황폐화했다. 고갈된 물과 석유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철칙에 따라 모두 악당들의 차지. 주인공 맥스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아이가 악당들에게 희생된 경찰관. 가슴에는 고독과 그리움과 원한과 복수심, 등에는 한 자루 샷 건. 낡았지만 초고성능인 자동차에 몸을 싣고 문명의 흔적이라곤 오직 녹슨 쇳덩어리밖에 없는 흙먼지 가득한 황폐한 마을들을 떠돌던 맥스는 악당들을 만나 미친 듯이, 잔혹하고 냉혹하게 복수한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난다.’
이 시리즈 1편은 1979년에 나왔다. 단돈 40만 달러로 1억 달러를 벌어들이자 2년 뒤 “희망 없는 세상, 미친놈만이 살아남는다”라는 문구를 단 ‘매드 맥스 2’가 나왔고 이 역시 성공하자 3년 뒤엔 ‘매드 맥스, 비욘드 썬더돔’이라는 제목으로 3편이 나왔다. 이것도 돈을 많이 벌었다. 3편이 나온 지 30년 만인 2015년에 나온 4편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도 단번에 10억 달러를 벌었다.
4편 모두 봤지만 ‘분노의 도로’ 도입부가 제일 생생하다. 까마득히 높은 절벽 아래에 디스토피아 지구촌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새까맣게 몰려든다. 권력자 ‘임모탄’이 흘려줄 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크고 깊은 그릇을 든 우람한 젊은이들 사이에 앙상하고 추레한 노인들이 받아봤자 사방으로 물이 튀어나가는 작고 납작한 그릇을 높이 들고는 “임모탄! 임모탄!”을 외친다. 목의 울대가 떨린다.
임모탄이 밸브를 열자 거대한 송수관이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물을 쏟아내고 사람들은 물이 흙바닥으로 스며들어 사라지기 전에 한 방울이라도 더 담으려고 아귀다툼을 벌인다. 임모탄의 발 아래 절벽 밑은 금세 아수라장이 된다.
제정신으로 돌아와 지하철에서 내리려는데 바지 뒷주머니에 꽂아 놓은 전화기가 떨린다. 통신회사에서 보낸 문자가 떠 있다. “약정하신 데이터의 80%가 소진됐습니다. ….” 지하철처럼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에서는 야구 중계는 고사하고 카톡도, 뉴스나 버스 시간 검색도 가급적 삼갔는데, 벌써 약정한 데이터를 다 써간다. 겨우 보름밖에 안 지났는데 이렇게 됐다. 다 쓰면 돈이 더 나간다. ‘애들에게 데이터 쿠폰 있나 물어봐야겠다. 아직 몇 장 남았겠지. ….’
‘매드 맥스 5’에 대한 상상이 다시 시작된다. “임모탄이시여, 데이터를 주시오! 먹방, 쿡방, 견(犬)방, 묘(猫)방, 여행, 영화, 만화, 카톡, 인스타, …. 볼 것, 재미난 걸 이렇게 많이 만들어 주시고는 못 즐기게 하시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를 외치는 ‘데이터 디스토피아’의 데이터 비렁뱅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모습은 추레한데 하늘 높이 번쩍 든 손에는 전화기만 반짝반짝 빛난다.
☆임모탄도 매드 맥스에 의해 죽는다. 이름이 ‘임모탈(Immortal)’이었으면 안 죽었을 것이다.
☆☆매드 맥스 시리즈 제작자와 감독은 5, 6편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5편은 4편 여주인공의 이름을 따 ‘매드 맥스, 퓨리오사’, 6편은 ‘매드 맥스, 웨이스트랜드’가 될 거라고 한다. ‘매드 맥스, 데이터 디스토피아’의 저작권을 챙겨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