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속 보이는 통신사 요금제 개편

입력 2018-08-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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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근 산업2부 기자

21일 LG유플러스를 끝으로 국내 이동통신 3사가 3개월여에 걸친 요금제 개편을 마무리 지었다. 이통사들은 과거 ‘데이터요금제’ 출시 당시 가격과 사용량을 유사하게 설계해 담합 의혹에 시달렸다.

이번 요금제 개편은 어떨까? 외관상으로는 요금제를 단순화하거나 세부적으로 나누는 등 차별을 꾀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통 3사 모두 고가 요금제에 혜택을 집중하면서 이용자 차별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의미의 담합으로밖에 볼 수 없다.

SK텔레콤과 KT는 3~4GB(4만9000~5만 원) 요금제 바로 위로 100GB(6만9000원) 요금제를 내놨다. LG유플러스는 6만9000원 요금제에서 155GB의 데이터를 제공해 오히려 6.6GB를 제공하는 바로 아래 요금제(5만9000원)와 데이터 제공량 차이를 늘렸다. 경쟁사보다 이용자 차별을 심화했다고 할 만하다.

한 통신사 CEO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일선 영업점의 고가 요금제 유도는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객 사용 패턴에 맞춰 적정한 요금제를 추천하겠다는 공정(?) 영업을 약속하기도 했다. 문제는 고가 요금제에 데이터 혜택을 집중한 데 있다. 중저가 요금제에 짠물 혜택을 주는 데 비해 1만 원만 더 내면 많게는 20배가 넘는 혜택을 제공한다. 1만 원을 더 내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교묘하게 요금제를 설계했다. 이러니 최근 요금제를 결정한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1만 원만 더 내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고가 요금제를 선택했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연합회(GSMA)에 따르면 “1인당 트래픽이 현재 평균 5GB에서 5G가 상용화된 4년 후인 2023년에는 46GB로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데이터 소모량이 훨씬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이통사도 5G 시대에 고용량의 AR·VR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고용량 콘텐츠를 준비 중인 이통사들이 고가 요금제에만 혜택을 집중한 건 속이 보여도 너무 보이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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