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집주인들 “지금 팔면 손해”… 매물 없어 계약금 맡겨놓고 대기

입력 2018-08-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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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동산 시장은 ‘오른다’보다 ‘분출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듯 합니다.”(경기도 과천시 별양로 A공인중개사)

서울 부동산 시장이 붉게(한국감정원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0.75% 이상 상승 의미) 물들고 있다. 덩달아 경기도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매물은 자취를 감췄고, 그나마 나온 매물도 ‘억’소리 나게 오르고 있다. 시장 과열을 잠재우려 노력하는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마·용·성 매물 자취 감춰…“가격 상승 기대감 높아”

강북권에서 이른바 마·용·성이라고 묶여 불리며 각광받는 시장인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에서도 급격한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강북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매물 품귀 현상이 일어난 지역은 박원순 시장이 통합 개발을 선언한 용산구다. 23일 용산구의 부촌인 이촌동의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박 시장 ‘싱가폴 발언’ 이후로 매물이 완전히 사라졌고, 이후로 호가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이촌동에 위치한 H사무소의 공인중개사도 “박원순 시장이 개발로 띄우고 문재인 대통령이 ‘센트럴파크’ 언급하면서 서로 띄우고 있지 않나”라며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도 집주인도 모두 오를일만 있다고 생각해 지금도 없는 매물이 앞으론 더없어지고, 가격도 더 오를것이라고들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포구는 용산구의 개발 호재로 인한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는 매도자들은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려 오는 이들이 대부분인 반면, 매수를 문의하기 위해 찾는 방문객들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 중개사들의 말이다.

도화동의 H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는 “사실 개발계획은 용산·여의도에서 발표됐지만 용산과 여의도 아파트는 대단한 고가인 반면, 마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들 지역과 교통도 편리하다는 장점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박 시장 발표 이후 매수자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찾아오지만 중개할 매물이 없어서 돌려보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성동구의 경우 마포·용산과 같은 개발호재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존재했다. 성동구의 노른자위인 성수동의 B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오른다고들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6~7월부터 매물이 없다”며 “사실 집주인들이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고 있다기보다는, 규제가 나와도 결국엔 서울 집값이 오르게 됐다는 언론 보도를 많이 접하며 더 상승여력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과천주공8단지, 올초 대비 2억 올라…인덕원도 강남 투자자 문의 많아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역, 인덕원역 주변 지역을 찾았다. 과천역 2번 출구에 위치한 과천주공8단지는 최근 호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부림동에 위치한 과천주공8단지 전경. 이 단지 호가는 8월 들어 1억 원씩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지희 기자 jhsseo@
▲경기도 과천시 부림동에 위치한 과천주공8단지 전경. 이 단지 호가는 8월 들어 1억 원씩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지희 기자 jhsseo@
과천주공8단지 인근의 A공인중개사도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 속도가 가파른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A공인중개사는 “8월 둘째주에 호가가 1억 원씩 올랐는데 (가격 상승세에) 1월에 매도했던 사람은 ‘조금 더 기다렸다가 팔 걸’하는 생각에 상실감 느꼈을 수도 있다”며 “4~6월에 응축됐던 시장 심리가 분출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과천은 GTX-C 노선 확정, 롯데호텔부지 개발 등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과천주공8·9단지가 호가를 견인하고 있다. 매수문의는 타지역에서 더 많이 들어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인덕원역에서도 감지됐다. 인덕원-수원간 복선전철(신수원선) 등 교통망 증설 호재가 아파트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인덕원역 인근 T공인중개사는 올초와 비교했을 때 집값이 10% 이상 올랐다고 귀띔했다. 특히 인덕원 부근에는 방배동쪽에 거주하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다는 얘기도 나온다. T공인중개사는 “매수문의는 90%가 타지역 사람인데 부동산으로 돈을 번 방배쪽 거주자들이 많이 찾는다”며 “인덕원지식산업센터, 과천지식정보단지는 또다른 호재”라고 설명했다.

◇분당도 문의 ‘폭증’ 매물 ‘품귀’…시범단지 호가 일주일새 1억 올라

8·2 부동산 대책 이후 전국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으로 꼽히는 분당도 요샌 매물이 없다.

오후 3시 무렵 찾은 서현동에서는 이색적인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중개업소는 문만 열어 놓은채 텅 비어있는 반면, 주변 커피점에서는 부동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지난주 ‘한바탕 거래’ 이후 다시 한가해진 상태라 자리를 비운 중개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시범아파트 단지 인근 중개업소들은 지난주 ‘한바탕’ 주택 거래가 성사된 뒤 일시 소강 상태라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신철 기자 camus16@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시범아파트 단지 인근 중개업소들은 지난주 ‘한바탕’ 주택 거래가 성사된 뒤 일시 소강 상태라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신철 기자 camus16@
성남 서현동의 김종석 신일중개업소 대표는 “최근에 시범삼성아파트 전용 84㎡ 매물이 10억 원 가까이 팔렸는데 불과 한 달도 안돼서 1억 원 오른 값”이라며 “지난주 매수 문의가 폭증했는데 시범 단지에만 30건 정도 있던 매물이 10개는 비싸게 팔리고 15개는 보류되고 5개는 호가를 왕창 올린 상태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현재 시범 단지는 불과 일주일 사이 5000만 원에서 1억 원 넘게 호가가 오른 상태다. 동시에 매수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거래는 일시 소강 상태에 있다.

분당이 다시 달아오른 이유에는 성남시가 ‘2030 성남시 도시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 수립에 본격 착수한 것과 ‘박원순 서울시장발(發) 주택시장 붐’이 꼽힌다.

매수 문의가 폭발한 시점은 성남시가 새로운 정비계획을 짜기 위해 분당 일대 아파트와 단독주택 소유주를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연 시기와 겹친다. 이 때문에 재건축 연한 30년에 도달을 앞둔 시범 단지 등 분당 일대 아파트들이 들썩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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