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다음 세대를 주도할 혁신 기술로 추앙받고 있다. 동시에 이를 활용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차원의 노력도 더해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활용이 가능한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속속 착수 중이다. 민간기업, 특히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을 관련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외 정부기관은 물론 국책연구기관, 글로벌 기업까지 나서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가상화폐의 등장으로 급부상한 블록체인은 시스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수반될 때 제대로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블록체인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되 이에 대한 보완책 역시 공존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23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역시 ‘블록체인의 올바른 이해와 기업 비즈니스 관점의 활용 방향’ 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의 활용과 보완의 양립(兩立)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경영전략과 신사업 추진은 여느 스타트업과 시작점부터 달라야 한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기업에는 주력 사업이 존재한다. 이런 주력 사업을 바탕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단계적인 접근법을 통해 실질적인 효과, 나아가 제대로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을 먼저 골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기존 사업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분야를 먼저 선정하고 이를 시작으로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관련 기술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블록체인 분야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었다가 별다른 소득없이 사업이 답보 상태에 놓였거나 철수를 준비 중인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보고서 역시 “단계적인 접근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성과 신뢰성 갖춘 분산형 데이터 저장 블록체인 = 블록체인은 다양한 장점을 지닌 데이터 시스템이다.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는 이른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로 보면 된다. 여러 대의 컴퓨터에 거래 내역을 복제해 저장하다보니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게 장점이다. 자연스레 하나의 컴퓨터만 해킹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무너트릴 수 없다.
나아가 국제 거래에서 환율 및 통화 시스템을 거쳐야 할 필요가 없는 만큼 △거래시간 단축 △거래비용(환차손) 절감 △거래의 신뢰성 확보 등도 장점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해외의 경우,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이 일반 기업의 비즈니스 표준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각각 주력사업에 활용 가능하도록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중이다.
국내도 사정은 비슷하다. 예컨대 △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본인 인증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산하기관 예산 집행 및 감사업무 효율화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 △과거 이력이 중요한 중고차거래 등 블록체인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기반 표준 비즈니스 플랫폼 개발 및 기업 비즈니스 활용 방향 모색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기업으로 삼성과 SK 등 제조기업을 꼽을 수 있다. 이 밖에 △기업금융 △해운물류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기관은 물론 민간기업까지 나서서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이다 보니 맹목적으로 블록체인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는 시각도 존재한다. 제대로된 이해없이 장점만 강조하는 경향도 여기에서 나온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무분별하게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활용 차원의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블록체인 활용에 대한 장단점 및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비즈니스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사례와 같이 블록체인 기술 기반 플랫폼 운영 과정의 정보보안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업에서는 대외비 성격이 강한 비즈니스 관련 정보가 외부 유출 및 무분별하게 공유되는 경우도 있다. 자칫 단기 실적 감소뿐 아니라 중장기 관점에서 기업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단계별 접근이 중요해 = 결국 블록체인 확산의 초기에는 기업 비즈니스 관점에서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블록체인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기존 주력 사업이 있는 기업들은 스타트업과 달리 블록체인 적용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단계별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할 수 있는, 나아가 잘 해왔던 사업부터 블록체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1단계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안정적인 투자와 경영전략의 판단이 중요하다. 블록체인의 기대효과만 강조하기보다 기존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이후 구매와 생산, 유통, 판매 등 도입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2단계로 블록체인뿐 아니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디지털 융합 차원의 기술적 또는 물리적 연계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1단계 과정을 통해 발굴된 아이디어를 기존 사업에 적용해 판매를 확대하거나 수익을 창출하는 등 아이디어별 활용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3단계는 기대효과와 위험도를 검토해 이를 사업 방향에 적용해야 한다. 비용과 수익 등 투자대비 효율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수익과 비용 등 기대효과를 토대로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위험 가능성을 검토한 후 추진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비즈니스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내부 역량 강화 △공동연구 체계 구축 △우수사례 벤치마킹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