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배’를 시장에 공급해야

입력 2018-08-28 16:22 수정 2018-08-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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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삼석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소장ㆍ농업연구관
▲강삼석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소장ㆍ농업연구관
배는 참 귀한 과실이다.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없는 그런 귀한 몸이었다. 거친 육질에 신맛과 떫은맛을 가지고 있었던 과거의 배들이 오히려 지금 부드럽고 달콤한 배보다 더 대접받던 과실이었다. 그러나 재배기술의 발달과 다양하고 효과적인 농업용 부자재의 개발로 생산량이 풍부해지면서 누구나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일상적인 과실이 된 후로는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과실로 전락하고 말았다.

과거에는 배가 귀했기 때문에 가정의 큰 행사에 꼭 필요한 과실이었다. 조상님을 추모하는 자리뿐만 아니라 태어남을 축하하는 돌잔치에서, 결혼과 회갑 등 가족 잔치와 설과 추석 명절 차례상에서도 빠지지 않는 굳건한 위치를 가진 전통 과실이었다. 그렇게 꼭 필요한 과실이었기 때문에 생산만 하면 누군가는 꼭 배를 구매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 배 산업은 크게 확장됐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열대성 과실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먹기 편리함은 소비자의 수요와 잘 맞아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가정에서 치러졌던 다양한 행사들이 행사 전문 업체에 의해 진행되거나 외식업체를 활용하면서 배와 같은 전통과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소비환경은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지만 열매를 생산하는 나무는 변화를 위해 최소한 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환경변화에 능동적이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과거의 관행을 바꾼다는 것 또한 쉽지 않아 배 생산 농가의 경영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농업이 자급자족의 수단으로 시작했으나 상업농이 발달하면서 생산물의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이 절실하게 됐고,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농산물 생산이 필수가 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과실류 대부분을 자급하게 돼 생산물이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판매가 가능했지만 세계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경제영토 확장이 추진되면서 국내 시장에 다양한 외국 과실이 판매돼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농협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에 오렌지 등 열대과실 소비량은 17.3kg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가 전망돼 앞으로도 열대과실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열대과실의 소비 증가는 단순한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 바나나나 체리처럼 먹기 편하고 맛이 있으며 1인 가구의 증가와 ‘혼밥’ 등 소비문화와 잘 어울려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전통과수 산업이 과거의 명성을 얻고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일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배는 추석 명절에 주로 소비되는데 추석은 해에 따라 9월 상순에서 10월 상순까지 시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국내 배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신고’배가 익는 시기는 9월 하순에서 10월 상순으로 정해져 있어 재배적인 방법으로 수확기를 조절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추석이 빠른 해에는 잘 익지 않은 배가 소비자에게 공급돼 소비를 위축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생산현장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잘 익은 배를 수확하기 위해 지역별 숙기판정 위원회 운영, 유기농업 등 친환경 재배법의 도입, 일상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8월 말에 수확되는 조생종부터 11월에 수확되는 만생종까지 품종의 다양화 등 맛있는 배를 생산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생산한 맛있는 과실이 국민의 건강한 삶을 지탱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과수원을 경영하면서 소비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우리의 전통 과수 산업을 지켜낼 수 있도록 생산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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