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 여행객 수는 경제 성장에 힘입어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2월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에는 650만 명이 해외여행에 나서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중국이 2022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의 수는 2036년까지 15억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추세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항저우 노선을 개통한 지 15개월 만에 폐지했고 하와이항공은 21일 호놀룰루-베이징 노선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시카고-상하이 노선 운항 중단을 검토해왔던 아메리칸항공은 21일 성명을 내고 “수익성이 없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폐지 이유를 전했다.
미국 항공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중국 항공 기업들이 당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조사 결과 중국 항공 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지난 4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항공자문업체 엔다우애널리틱스의 슈코르 유소프 설립자는 “중국 항공사들은 강력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며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 2년간 유가가 상승한 것은 미국 기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항공 컨설팅 전문업체인 CAPA의 피터 하비슨 회장은 “중국 항공사에도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미국 업체들은 이익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대만 간 갈등이 가시화된 것도 미국 항공사들에 부담을 안겼다. 중국 민항총국은 4월 미국 항공사를 포함한 44개 외국 항공사에 대만을 국가로 표기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백악관이 나서서 중국의 압박을 무시하라고 요청하는 등 항공사들이 중간에 끼인 모양새가 됐다. 중국으로 취항하는 대부분의 미국 항공사가 중국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대만이 항공사들에 불이익을 예고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항공사가 성장세를 탄 만큼 경쟁보다는 협력을 택하는 쪽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코드쉐어(공동운항)다. 하와이항공은 차이나항공과 코드쉐어 협정을 맺었고 델타항공은 동방항공과 남방항공 등 주요 중국 항공사와 노선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델타항공은 중국동방항공에 4억5천만 달러(약 4994억 원)를 투자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여전히 항공전문정보업체 플라이트글로벌의 그레그 발드론 아시아 전문 에디터는 “중국 항공사들이 공격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며 “미국 항공사들이 중국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쉽지 않은 시장일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