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여자가'?…性역할 고정관념 조장하는 TV예능·오락

입력 2018-08-3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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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사진제공=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최근 종편의 A프로그램은 아내가 "사회생활 때문에 아이들 끼니를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데, 나중에 며느리가 아들 끼니를 잘 챙겨주지 못해도 이해할 것 같다"고 하자, 남편이 "자랑이다, 아휴"라고 말하는 장면을 자막과 함께 보여줬다. 경제활동에 똑같이 참여하는데도 여성에게만 가사노동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며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시킨 것이다. 이처럼 가족과 함께 보는 TV예능·오락 프로그램이 관습적인 성별 고정관념과 잘못된 남성성, 여성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7월 1일부터 7일까지 지상파 3개사, 종합평성채널 4개사, 케이블 채널2개사의 예능·오락 프로그램 중 시청률 상위 33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 내용이 32건으로 성평등적 내용(7건)의 4.6배 많았다고 30일 밝혔다.

성차별적 내용에는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집안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기존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부각시키거나 잘못된 여성성, 남성성을 강조하는 사례도 많았다.

케이블의 B프로그램은 연예인 커플을 보여주면서 남자 연예인의 집요한 고백을 '거절은 하나의 결과를 위한 계단', '사랑을 향한 인간 불도저, 진짜 남성적'이라는 자막으로 표현했다. 상대의 거듭된 거절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폭력행위에 해당함에도 남성적인 것으로 미화시킨 것이다.

양평원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소재로 가족문화에 관한 예능이 다수 등장하면서 강요된 성역할에 대한 '가부장적 인식'을 자극적으로 다루어 젠더 갈등을 유발시킨다"며 "기존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갈등 구도로 보여주기보다는 성별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사회 구조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제작진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평원은 7월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사례 일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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