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규제? 이번에는 집값 잡힐까

입력 2018-09-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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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흐름대로 두는 게 상책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그럴 줄 알았다. 결국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더 높이고 은행 대출 기준을 강화할 모양이다. 주택시장 규제 강도가 지금보다 훨씬 세 진다는 얘기다. 수없는 안정제를 투약했는데도 집값이 안 잡히는데 어떤 정부가 가만히 있겠는가 말이다. 시장이 이기나 정부가 이기나 내기를 하는 형국이다. 물론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시장 정도는 얼마든지 죽여놓을 수 있다. 이쯤되면 워낙 약성이 강해 거의 재기불능 상태가 될지 모른다.

정말 그런 상황은 벌어지면 안 된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4~5년간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많은 고통을 당했던 기억을 되새겨보면 그렇다.

그동안 정부는 잔뜩 부풀어 오른 집값을 잡느라 애 많이 썼다. 그렇지만 성과는 별로다. 효과는 커녕 오히려 화만 불렀다. 이런 판에 다시 서울 집값이 요동을 치고 있으니 이제는 앞뒤 가릴 입장이 아닌 것 같다.

사실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와 다주택자 세금 강화 등으로 인해 강남권 아파트시장은 진정되는 기미가 역력했다. 하지만 조용하던 강북권이 부풀어 올랐다. 강남과 비교해 너무 저평가됐다는 게 호재로 작용됐다. 전국 대부분 도시는 하락세가 뚜렷한데 유독 서울만 상승폭이가팔랐다.

여기다가 도시개발에 소원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느닷없는 여의도ㆍ용산 개발을 선언했다. 기회만 옅보던 상승의 불씨가 그냥 있을리 만무하다. 호재 바람을 타고 금방 전 지역으로 확산하는 들불로 변했다.

집값 파동의 주범으로 지목된 박시장은 뒤늦게 개발 계획을 접는다고 발표했으나 이미 집값은 오를대로 오르고 말았다. 한번 오른 가격은 여간해서는 안 떨어진다.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의 ‘하방 경직성’ 부동산 이론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아무튼 이번 집값 파동은 정부보다 정치권을 더 자극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대폭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하든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뉘앙스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같은 것은 뒷전인 듯하다. 경기 위축을 우려해 과도한 세금 인상을 자제하던 김동연 경제 부총리겸 재정기획부 장관의 입지도 좁아지고 말았다.

어찌됐던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 같다. 이뿐만 아니다. 1가구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요건 강화에다 금융권 대출을 옥죄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정도의 대책이 나오면 주택시장은 정말 안정될까.

아무래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다. 수요를 억제하면 그만큼 집을 살 사람이 줄기 때문이다. 구매수요가 감소하면 시장도 좀 진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돈없는 무주택자는 내집 마련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은행에서 돈을 잘 꾸어주지 않으면 집을 사기 어렵다. 물론 정부는 분양가가 싼 공공임대주택 등을 대량 공급한다는 복안도 세웠다. 그렇다고 무주택자 전부에게 집 한채씩 배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설령 된다고 해도 거리가 멀어 들어가 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노란자위 지역은 자금이 풍성한 사람이 독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종부세ㆍ재산세와 같은 보유세가 올라가면 강남권에 살고 있는 은퇴자는 견디기 어렵다. 집을 팔고 변두리로 이주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비싼 집을 사 줄 사람은 부자다.이 계층은 규제 같은 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세금 낼 것 다 내고 집을 계속 갖고 있을 것이라는 소리다. 이는 집값이 떨어지기는 커녕 상승세를 탈 소지가 많다는 뜻이다. 매물은 귀한데 찾는 수요가 많으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변두리는 몰라도 살기가 편한 요지는 상승 여지가 많다.

상승 쪽에 무게를 두게하는 또다른 이유는 구매 수요 증가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아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이는 주택난에 따른 가격 상승이 불가피불가피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한창 서울 인구가 불어날 때 경험했던 사안이다.

지금은 서울 인구가 경기권 등으로 빠져나가는 추세다. 집값도 비싸고 경기권에 일자리가 많이 생긴 탓이다. 그래도 돈이 좀 모아지면 서울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잠재수요가 존재하는는 한 집값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말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방 주택시장이 침체될수록 여유자금은 서울로 유입된다는 얘기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봐도 그렇다. 올해 2월 서울 전체 아파트 매입자 중 외지인 비율은 58.5%나 됐다. 그후 51%대까지 떨어졌다가 7월 들어 52.2%로 높아졌다. 올해 초 강남을 비롯한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타 지역 수요자들이 대거 구입 대열에 합류했다는 소리다. 한동안 주택시장이 좀 조용해지자 외지인 유입이 줄었다가 근래 서울 집값이 요동을 치면서다시 불어나는 양상이다. 강남3구는 아파트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런지 외지인 비율이 낮아지는 분위기다. 2015년 18.8%에서 지난해 20.7%까지 높아졌다가 올해 7월은 20.4%로 좀 둔화됐다. 그래도 엄청난 숫자가 강남을 비롯한 서울 아파트 구입에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아무튼 서울 아파트 구입자의 절반 이상이 외지인이다. 그만큼 서울에 아파트에 투자하려는 바깥 거주 사람이 많다는 얘기 아닌가.

이런 마당에 서울에는 추진 중인 매머드급 개발 사업이 수없이 많다. 아파트 재건축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는 서울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공급 물량을 잔뜩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주택을 많이 지으려면 용적률을 대폭 올려야 하는데 이는 도시 과밀화를 더 심화시키게 된다. 그정도는 감수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이는 서울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와 오히려 국가적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현재도 서울 도시 환경이 형편없다는 평가인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초고층 건물을 잔뜩 허용하면 어떻게 될까. 관광객 감소는 물론 크고 작은 국제행사 유치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집값은 일부러 잡으려 들어서는 안 된다. 그냥 경제 흐름대로 흘러가도록 나둬야 한다. 물론 부분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할 대목은 있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보유세 조정이나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을 통한 서민 주거 안정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집값을 정부가 더 부추기는 측면도 많다. 공공개발사업도 그렇고 철도건설 등도 가격 상승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99곳을 제2차 도시정비지구로 지정했다. 서울도 7곳이나 된다. 이 사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이는 주택시장을 자극할 것이라는 말이다.

한쪽에서는 집값을 잡느라 진땀을 빼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자꾸 집값 올리는 일을 벌이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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