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마이클 루이스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입력 2018-09-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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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은 어떻게 작동하나

오판이나 실수는 대개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본성이 이끄는 기계적인 생각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면 삶은 틀림없이 더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빈번히 일정한 편향에 빠지곤 한다. 인간을 편향에 빠뜨리는 머릿속 속임수를 파고든 천재급 인물이 바로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이다. 1969년 봄 히브리대학에서 만난 두 사람은 모든 판단과 결정에는 이성과 합리성이 아니라 심리와 감정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니얼 카너먼은 심리학자로선 드물게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마이클 루이스의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는 인간 정신의 작동방식에 대한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긴 두 천재의 협업과 우정 그리고 불협화음과 해결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마이클 루이스는 미국의 논픽션 작가 겸 금융 저널리스트로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을 파헤친 ‘빅 숏’과 스포츠 경제학을 도입한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의 실화를 재구성한 ‘머니볼’의 저술가이다. 이 책은 오늘날 행동경제학이라 불리는 학문이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됐는지를 다룬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이 판단이나 결정을 내릴 때 머릿속에서 작동하거나 작동하지 않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더욱이 그들은 직접 중동 국가들과의 전쟁에 참전하면서 자신들의 연구에 대해 더욱 풍성한 해결책과 도전과제들을 갖게 된다.

1977년 미국으로 이주하기 이전까지 두 사람은 마치 한 몸처럼 공동 연구에 몰입하였다. 이렇게 해서 발견해낸 것이 ‘전망이론’이다. 이전의 경제학은 ‘기대효용론’에 바탕을 두고 이론을 쌓아왔다. 사람은 합리적 이성에 바탕을 두고 기댓값이 높은 선택지를 취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은 합리와 이성일 뿐 심리와 감정이 개입될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두 천재의 ‘전망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기댓값보다 ‘손실이냐 이익이냐’에 더욱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와 감정 중심으로 행동한다. 사람들은 가망 없는 이익을 위해 위험을 추구하고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은데도 위험을 회피한다. 그들은 이를 “사람들은 뭔가를 선택했을 때 느낄 후회를 상상한 뒤에 후회가 가장 적을 것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어느 시대든 복권과 보험이 팔리는 이유이다.

한편 인간 정신은 완벽함과 거리가 있으면, 주어진 환경에 반응하는 일종의 대응기제와 같다. 트버스키는 “뇌는 대충 말하면 확실성을 최대한 제공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다. 그러니까 주어진 상황에서 모든 불확실성을 표현하기보다 주어진 해석에 잘 어울리는 경우를 찾도록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라고 경영자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여기서도 인간의 편향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꺼내기 쉬운 기억, 즉 회상 용이성에 의해 휘둘린다. 예를 들어, 인간은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침략할 것인가’와 같은 복잡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확률 판단에 의해 상황에 접근하지 않는다. 대개는 기억을 토대로 지어낸 그럴듯한 이야기를 마치 현재와 미래인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두 학자는 “판단해야 할 상황이 복잡하고 현실과 비슷할수록 회상 용이성은 더욱 은밀하게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서평자가 이 시대에 두 사람의 연구 업적을 떠올리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인간이 저지르는 다양한 실수가 예측 가능하고 체계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두 사람의 업적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너 자신을 알라”는 오랜 금언이 실현되는 데 두 심리학자는 상당한 기여를 했다. 미국 이주 이후에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가지만 패자처럼 보였던 카너먼이 오래 살았고 더 큰 명성을 누리게 된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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