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역대급 투자 속 그늘… 규제 강화되면 실제 투입액 줄어

입력 2018-09-04 09:29 수정 2018-09-0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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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이 앞다퉈 역대급 중장기 투자 및 고용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내놓은 투자금액을 합하면 300조 원이 넘는다. 이는 한국의 한 해 국내총생산(약 1800조 원)의 16.7%에 달한다. 주요 기업들의 투자·고용 확대가 침체에 빠진 국내 경기를 되살리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일고 있다. 하지만 정부도 적극적인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제대로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5년간 45조 원을 투자하고, 2만 명을 고용한다고 3일 밝혔다. 그룹 새 비전인 ‘위드 포스코(With POSCO)’의 실천을 구체화하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다. 포스코가 투자키로 한 45조 원 가운데 26조 원은 철강사업 고도화에 쓰일 예정이다. 철강 사업은 광양제철소 3고로 스마트화, 기가스틸 전용 생산설비 증설, 제철소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부생가스 발전설비 신설 등에 사용된다. 미래 신성장 사업에는 10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차전지 소재 부문의 기술력을 더욱 고도화하고 본격 양산체제를 구축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 에너지 및 인프라 사업에도 9조 원을 사용한다.

이번 포스코 대규모 투자에 앞서 주요 기업들은 잇따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8일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부품 등 미래 성장산업에 3년간 180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앞서 중장기 계획을 밝힌 현대차 SK LG 등이 내놓은 투자금액을 합하면 300조 원이 넘는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와 로봇·AI 등에 5년간 23조 원을 투자한다. SK그룹은 반도체·소재,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등에 3년간 80조 원을 투입한다. LG그룹은 전기자동차 부품과 자율주행 센서 등에 올해 19조 원을 투자한다. 4대 그룹이 앞으로 5년 안에 새로 뽑기로 한 인력도 10만 명이 넘는다.

이런 분위기는 10대 그룹으로 전반으로 퍼졌다. 한화그룹은 앞으로 5년간 22조 원을 투자하고, 3만500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GS그룹 역시 앞으로 5년간 20조 원을 투자하고 2만1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신세계그룹도 앞으로 3년간 9조 원을 쏟아붓고 매년 1만 명씩 신규 채용에 나선다.

그러나 실제 계획대로 투자가 될지는 미지수다. 사업은 매년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통상 압력 등 대외 변수가 많은 데다, 시장의 기술 변화도 빠르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를 선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미래성장사업은 인공지능(AI)과 5G, 바이오, 전장 등으로 재조정됐다. 당시 발표했던 일부 신수종 사업은 일찌감치 구조조정 됐다.

이 같은 기술 변화보다 더 큰 문제점은 정부의 규제 강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8년 만에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정하는 입법 예고안을 내놨다. 전속고발권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사익편취 규제(일감몰아주기) 기준 등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재계에선 정부의 ‘규제 리스크’ 탓에 기업들이 중장기 투자와 인수합병(M&A) 추진 등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신기술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예기치 않은 규제 장벽에 부딪힐 경우엔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최근 아르헨티나와 터키 통화 가치가 고꾸라지는 등 신흥국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원화 환율까지 급등락하고 있어 수출 위주의 국내 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개혁 등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기업의 투자와 채용 확대에 화답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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