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시행 두 달…고깃집 줄고 도시락 가게 늘었다

입력 2018-09-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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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줄며 8월 고깃집 2.6% 문 닫고 개점 4.6% 뚝…점심 도시락↑ 폐점 줄고 개점 21.7% 증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2개월이 되면서 근로 시간 단축의 영향이 직장인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넘어 업계 생태계에까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 두 달 사이 ‘회식의 상징’인 고깃집은 전국적으로 줄어든 반면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도시락 가게는 늘어났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무 이외 시간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직장인 회식은 급감한 대신 효율적인 근무시간 관리를 위해 집중근무제 등이 보편화하면서 도시락 식사로 시간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직장인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업종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8월 전국의 고깃집(식육, 숯불구이) 폐점은 전월 대비 2.6% 증가했고 개점은 4.6% 감소했다. 고깃집 폐점은 지난해 8월 156곳이던 것이 올 8월 238곳을 기록해 급증세를 보였다. 특히 고깃집은 올 들어 최저임금이 인상된 후 2월부터 지속적으로 폐점이 늘어나 8월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고깃집의 감소 원인은 근로 단축으로 퇴근 시간이 평균 한 시간 정도 앞당겨진 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저녁이 있는 삶(워라밸)을 추구하는 회사원들이 늘면서 저녁 회식은 줄어드는 대신 최근 들어 점심에 회식을 하는 경우도 조금씩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그만큼 고깃집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도시락 가게는 성장세다. 8월 도시락(김밥 포함) 가게의 폐점은 전월 대비 19.4% 줄어든 반면 개점은 21.7% 늘었다. 백화점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A 씨는 “퇴근 시간이 앞당겨지고 PC오프제가 도입되다 보니 업무가 밀리는 날엔 팀 단위로 도시락을 시켜 점심을 때우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쪼개 야근 업무를 미리 처리하려다 보니 도시락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7월과 8월 두 달 모두 주문된 도시락은 전년 동기 대비 2배(101%) 증가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올여름의 경우 폭염이 전반적인 배달 증가에 한몫하긴 했지만 7월 이후 회사에서 도시락을 배달시키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브랜드가치 평가업체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최근 주류와 외식 관련 브랜드의 가치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회식 빈도가 줄면서 외식과 술 소비량도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근로단축의 영향이 고깃집을 넘어 외식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멀티플렉스 CGV의 브랜드 가치 평가지수(BSTI, 1000점 만점)는 저녁 여가 시간 확장에 따라 836.8점으로 2분기 대비 20포인트 이상 오른 반면, 맥주 브랜드 카스는 28.8포인트 하락한 799.1점을 기록했다. 소주 브랜드 참이슬 역시 기존 883점에서 877.9점으로 낮아졌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관련 업계에서도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달 말 외식 브랜드 ‘계절밥상’의 포장 판매 품목을 확대하고 배달서비스를 강화한 ‘계절밥상 그대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계절밥상 관계자는 “5월 오피스 상권 6개 매장에 시범 출시해 직장인 및 단체 모임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계절밥상 도시락’ 3종도 이번 서비스를 통해 전점으로 확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업계는 도시락 마케팅에 분주하다. 지난달 세븐일레븐은 미니 도시락 ‘토니의 미니식탁’을, GS25는 ‘유어스 큐브스테이크 도시락’과 ‘유어스 랍스터 도시락’을 출시하는 등 바쁜 직장인들의 끼니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여가 생활이 늘어나 관련 브랜드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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