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6년 만에 외국계 ‘먹튀’ 재현(?)

입력 2018-09-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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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의 3대 주주인 미국계 투자회사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이하 브랜디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5년부터 꾸준히 지분을 늘려온 브랜디스가 올 들어 배당확대, 액면분할 등 주주제안을 통해 주가 부양을 유도하면서, 한편으론 보유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주식을 사들여 의결권을 확보한 뒤 자사주 매입, 지배구조 개선 등의 요구로 이익을 내고 빠지는 소위 ‘먹튀’ 조짐이 보인다”고 진단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브랜디스는 2015년 5월부터 삼천리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투자금액은 430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 기준 최대 9.39%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의결권을 확보한 브랜디스는 2월 14일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했다”고 공시하며,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삼천리 측에 △주당 현금배당금 6000원 △액면분할 △자사주 소각을 제안하기도 했다.

브랜디스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주가는 일주일 만에 10%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6개월간 주식을 꾸준히 처분했고, 지난달 27일 기준 지분율이 7.08%까지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브랜디스는 100억 원 수준의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삼천리 관계자는 “주가가 큰 움직임이 없다 보니 다소 무겁다는 표현을 한다”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랜디스가 직접 나서 시장이 반응할 만한 이슈를 만들고, 주가가 오르면 그때 팔고 빠지려는 의도가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브랜디스의 행보는 6년 전, 또 다른 외국계 투자기업이던 헐터홀투자자산운용(이하 헐터홀)의 패턴과도 매우 유사하다. 당시 주요 주주(10.30%)였던 헐터홀은 주가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삼천리에 △대표이사 해임 △이사 선임 △유상 감자 △배당금 1만 원으로 증액 등 총 9건의 주주제안을 했다. 시장에서 즉각 반응하며 주가가 오르자, 헐터홀은 곧바로 주식을 전량 팔아치웠다. 헐터홀의 초기 투자 규모가 약 52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최고 주가를 기준으로 최대 100억 원가량의 차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대기업들을 살펴보면, 사실상 지배구조상 취약점이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포착한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공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기업이 자체적인 지배구조 및 재무적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지주회사 전환”이라며 “이를 통해 지배구조 취약성 보완, 리스크 전이 패턴 차단 등 건전성을 확보한다면 훨씬 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외국계 기업들의 공격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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