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자금 의혹 상반기만 41만 건…‘금융계 저승사자’로 큰 FIU

입력 2018-09-06 10:27 수정 2018-09-0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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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인식 변화 보고 건수 급증…국정농단ㆍ한진家 의혹 수사 시발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된 자금세탁·외화 불법유출 등 '불법자금' 의심거래 건수가 올해 상반기 41만 건을 돌파했다. 상반기에만 10년 전 2008년(9만2093건)에 비해 5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금융회사 직원들 인식이 바뀌고, 미국에서 자금세탁방지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5일 FIU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제출한 ‘FIU 업무수행 관련 보고’에 따르면 올해 1~6월 금융회사 등이 보고한 의심 거래 보고(STR)는 41만1758건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만4052건에 비해 60%가량 증가한 수치다.

◇금융회사 인식 변화로 의심거래 보고 증가 = FIU가 금융기관에서 보고받는 거래는 ‘의심 거래’와 ‘고액 현금 거래’ 등 두 가지다. 의심 거래 보고는 자금세탁 등 불법 거래로 의심되면 금융기관이 FIU에 보고하는 것이다. 고액 현금 거래 보고는 하루 2000만 원 이상 현금 거래의 경우 거래자 신원과 날짜 등을 자동 보고하는 제도다.

의심 거래 보고는 최근 5년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50만1425건, 2015년 62만4076건, 2016년 70만3356건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51만9908건으로 다시 감소했으나 여전히 50만 건을 훌쩍 넘는다. 올해 상반기에만 41만 건을 넘어 이대로라면 올 한해 70만~80만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시기 금융권별로 보면 은행이 31만672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기타(17만923건) △증권(4699건) △보험(3948) 등 순이다.

고액 현금 거래 보고는 자동 보고라 건수가 많다. 올 상반기 고액 현금 거래 보고 건수는 437만4406건이다. 2014년 866만1655건, 2015년 891만5275건, 2016년 895만4072건, 207년 958만4339건으로 증가 추세다.

보고 의무에 대한 금융회사 인식이 달라져 건수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직원 교육 등으로 미심쩍은 거래를 발견하면 FIU에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FIU 설립 당시 5000만 원이었던 보고 기준을 2013년 아예 폐지한 영향도 컸다.

최근 미국 금융당국에서 자금세탁방지 업무 관련 강한 제재를 내린 점도 한몫한다. FIU 관계자는 “의심 거래 보고를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공모’ 혐의가 없어 정상 참작이 많이 된다”며 “금융회사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5년간 검찰·국세청 등에 넘긴 정보만 12만7000건… ‘금융계 저승사자’ FIU = FIU는 금융회사에서 접수한 의심 거래나 2000만 원 이상 고액 현금 거래 등을 분석해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검찰, 국세청, 관세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넘긴다. 범죄 의심이 드는 ‘검은 거래’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불법재산·자금 세탁 관련 수사부터 조세탈루 조사 등과 관련해서다. 올해 FIU 업무보고에 따르면 최근 5년간 FIU가 검찰과 경찰 등에 넘긴 의심 거래는 12만7084건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에만 1만3873건이다.

이 기간 의심 거래 제공 건수를 보면 국세청이 7만6707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경찰(2만9965건), 관세청(1만5226건), 검찰(4477건) 등이 이었다.

FIU는 2001년 금융기관을 이용한 범죄자금의 자금세탁을 감시하고 외화 불법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설립됐다. 금융권에 숨어있는 ‘저승사자’라는 평을 받는다. 조용히 물밑에서 움직이며 검찰·경찰·국세청 등 수사의 단초를 주는 경우가 상당수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도 크게 활약했다.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FIU에서 받은 기업 송금 내역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최 씨 독일 회사에 약 35억 원을 컨설팅 비용으로 낸 정황을 발견했다.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의 출발점도 FIU다. 대한항공에서 수상한 국내자금 흐름을 포착해 검찰에 넘겼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수사 역시 FIU가 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월 암호화폐 거래 실태를 점검해 위법 정황을 발견하고 검찰에 통보했다고 한다.

검찰과 국세청 등 요구로 FIU에서 거래 정보를 넘기는 사례도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14년 2만5468건이었으나 지난해 3만8439건에 이르렀다. 올 상반기 기준 1만7884건이다.

다만 지나치게 확대된 FIU 권한에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법 집행기관에 정보를 제공해 처리된 건수 12만5088건 가운데 검찰 기소나 고발·추징 등이 이뤄진 건수는 4만1085건으로, 33%에 불과하다. 매년 국정감사마다 논란거리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개인정보를 검찰 기소 전 단계라도 FIU가 스스로 열어볼 수 있는 구조”라며 “남용하다보면 정보 유출의 염려는 항상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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