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CEO 만난 윤석헌 금감원장 “약관 어렵다”…즉시연금ㆍ암보험 사태 우회 압박

입력 2018-09-0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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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하는 신뢰회복 노력이 소비자들 눈높이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7일 오전 서울 명동에 있는 은행회관에서 34개 생명ㆍ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험 가입은 쉬우나, 보험금은 받기는 어렵다는 소비자들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며 “약관을 이해하기 어렵고, 심지어 약관 내용 자체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어 민원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즉시연금ㆍ암보험 사태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 즉시연금 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에서 공제(사업비+위험보험료)’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며, 미지급금을 돌려주라고 권고했다. 삼성생명은 민원인 1명에 대한 분조위 결정은 수용했지만, 지난달 내려진 일괄구제(약 4300억 원) 권고에 대해서는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반기’를 들었다. 분조위는 한화생명에게도 같은 이유를 들어 미지급금을 돌려주라고 했지만, 회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는 18일에는 KDB생명 즉시연금 관련 민원에 대해 분조위가 열린다.

암 보험 역시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약관에는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입원·요양한 경우 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 ‘직접 치료’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를 두고 보험사와 가입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윤 원장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각종 제도ㆍ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계획”이라며 “학계와 업계 등 외부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종합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원장은 “재무적 충격이 올 수 있는 만큼 자본 확충 등 건전성 강화에 신경 써 달라”며 “지급 여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선 “인슈어테크(Insure-techㆍ보험과 기술) 출현 등으로 보험 산업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IT 기술의 활용능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유병자 보험(당뇨ㆍ고혈압ㆍ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상품)과 같은 포용적 금융에도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윤 원장은 “사회 취약계층일수록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데, 위험으로부터는 보호받기 어렵다”며 “보험산업이 이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병자 보험 등 앞으로도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해 취약계층을 포용하고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간담회에는 34개 생명ㆍ손해보험사 대표와 생ㆍ손보협회장이 참석했다. 애초 지난달 23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태풍 '솔릭'이 북상하면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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