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내뱉는 수소차, 직접 타보니…

입력 2008-05-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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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지난 6일 선보인 ‘하이드로젠7’을 계기로 국내에도 수소연료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달릴 때 물만 나온다는 수소연료차, 과연 어떤 성능을 지녔을까? 지난 8일 열린 시승회에 참석해 그 궁금증을 해결해봤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데, 이는 화석연료가 아닌 새로운 연료로 해결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이를 풀기 위한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개발 방향은 연료전지와 하이브리드카로 크게 나뉘고 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BMW는 수소+휘발유 연료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30여 년 전부터 고수했다. 수소를 쓴다는 점에서는 연료전지차와 같지만, 연료전지차는 주입된 수소를 산소와 결합해 전지형태로 전환하는 형태다. 즉, 전기자동차와 구조가 흡사하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BMW가 선택한 방식은 수소연료를 휘발유 엔진에서 연소하는 방식이다. 즉, 기존의 LPG/휘발유 겸용 방식과 대동소이한 셈이다. 문제는 수소를 어떻게 저장하는가 하는 것. LPG와 달리 수소는 -253℃로 온도를 낮춰야 액화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드로젠7은 이를 위해 여러 겹으로 특수 제작된 수소저장탱크를 탑재했다.

수소는 액화상태로 바뀔 경우 부피가 1000분의 1로 줄어든다. 그래도 충분한 양의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휘발유보다 훨씬 큰 탱크를 필요로 한다. 하이드로젠7은 휘발유 겸용 모델이면서도 트렁크 룸의 절반 이상이 수소탱크로 채워져 있다. 이 때문에 휘발유 전용의 760i 모델보다 대략 200kg 정도가 무겁다. 이 수소저장탱크를 얼마나 더 가볍고 작게 만드느냐가 앞으로 개발팀에 주어진 과제다.

하이드로젠7의 운행방식은 기존 휘발유 모델과 동일하지만, 시동을 걸 때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이 역시 LPG차의 시동을 걸 때와 느낌이 조금 비슷하다. 연소 온도가 높고, 연소과정에서 카본이 발생하지 않는 것 또한 LPG차와 비슷하다. 반면, 저온에서 시동성능이 좋지 않은 LPG차와 달리, 하이드로젠7은 외부온도에 의한 영향이 극히 적다. 수소를 보관하는 온도 자체가 극저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시동이 걸리고 나면 ‘수소연료차’임을 굳이 의식하지 않고 운전하지 않아도 된다. 단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마련된 연료전환 버튼이다. ‘H2’라고 쓰인 버튼을 누르면 수소에서 휘발유로, 다시 누르면 그 반대로 전환된다. 연료를 전환할 때는 어떠한 충격도 없이 곧바로 전환되므로 신경 쓸 일이 없다. 차체 뒤쪽에서 ‘딸각’하고 밸브가 닫히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하이드로젠7의 최고출력은 260마력으로, 같은 12기통 휘발유 엔진을 얹은 760i의 445마력에 한참 못 미친다. 시승을 해보니 역시 수소 연료를 쓸 때의 가속력은 아직 휘발유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휘발유 모드로 전환해보니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충분한 가속력을 즐길 수 있었다.

BMW코리아의 상품기획 담당을 맡고 있는 김승철 매니저는 이에 대해서 “아직은 수소/휘발유 겸용차의 한계라고 생각한다”면서 “과거 BMW가 수소전용 연료차로 개발한 컨셉트 스포츠카는 시속 300km를 돌파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드로젠7이 수소연료차라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배기구를 살피는 일이다. 기존의 배기가스 파이프 외에 뒷범퍼 가운데에 뚫린 두 개의 파이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중 오른쪽 것은 공기를 흡입해 수소연소를 돕는 역할을 하고, 왼쪽 것은 수증기 형태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수소연료는 폭발의 위험성을 컨트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BMW 개발팀은 -250℃에서 +80℃까지의 엄청난 온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밸브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만에 하나 누출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수소연료의 특성상, 완충을 시키고 가만히 두더라도 9일이 지나면 연료가 증발해버린다. 그리고 밀폐된 곳에서의 폭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차를 주차할 때는 언제나 윗부분이 개방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수소모드로만 운행할 수 있다면 하이드로젠7은 완전무공해차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아직은 수소충전소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은 것이 수소/휘발유 겸용차다.

휘발유/전기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기존 자동차에 비해 공해물질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물(수증기)만 내뿜는 수소연료차에 비할 바는 아니다. 따라서 인류가 최종적으로 지향해야할 목표는 수소연료차의 상용화라고 할 수 있다. 하이드로젠7은 BMW가 이러한 차세대 연료차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음을 나타내는 ‘보증수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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