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폭탄 맞은 철강업계, 항소 움직임

입력 2018-09-10 09:25 수정 2018-09-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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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제강사들이 항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줄곧 가격 담합의 온상이라고 지적된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 협상 테이블이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는 것을 바탕으로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근거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문제점이 발견되면 항소하겠다는 것이다.

9일 공정위는 국내 6개 제강사가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 동안 12차례의 월별 합의를 통해 각 월의 직판 또는 유통 물량의 할인폭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했다며 총 119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현대제철 417억 원 △동국제강 302억 원 △한국철강 175억 원 △대한제강 73억 원 △와이케이스틸 113억 원 △환영철강 113억 원이다.

당초 관련업계에선 제강사들이 공정위로부터 가격 담합 혐의를 받으면 최악의 경우 과징금이 총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해당업체들은 예상됐던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과징금 액수가 적지 않아 부담이 크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의 예상보다 과징금이 낮게 부과된 이유는 공정위가 2011년~2014년에 제강사들이 가격을 담합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당초 2011년부터 제강사들이 담합 행위를 진행했다고 인지하고 조사를 진행해왔다.

제강사들은 과징금 부과 배경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A철강사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배포한 자료를 보고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 아직 항소에 대해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 배경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며 “행정소송 등의 대응은 내부적으로 수 차례 논의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과징금 처분으로 향후 제강사들과 건자회와의 가격협상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철근 제강사들은 건설사와 개별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과징금은 제강사-건자회의 가격 협상에서 불거진 만큼, 제강사들은 건자회와의 협상 테이블을 부담스러워 할 수 밖에 없다. 최근 공정위에서 제강사들이 철근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제강사들은 건자회와의 가격 협상을 중단했다. 건설사들은 건자회를 통한 가격 협상이 중단되자, 아쉬운 분위기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자회가 각 건설사 구매 담당 단체인 만큼, 가격 협상 과정에서 제강사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각각 417억 원, 302억 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미국발 통상 문제와 겹쳐 이중고를 겪게 됐다. 양사 모두 미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쿼터(할당량) 설정으로 인해 미국 수출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근 한국산 철강 일부 품목에 쿼터를 면제해주는 ‘품목 예외’를 허용하면서 보호무역 빗장이 서서히 풀리는 분위기지만, 미국 상무부가 국내 철강업체의 품목 예외 신청을 승인한다는 장담이 없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이 여전하고,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은 해당업체들에게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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