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 명분·실리 갖춰야

입력 2018-09-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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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곤 정치경제부 기자

▲서병곤 정치경제부 기자
▲서병곤 정치경제부 기자
최근 통계청에서 이목을 끄는 경제지표가 발표됐다. 대기업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설비투자(전월 대비)가 올해 3월(-5.6%)을 시작으로 7월(-0.6%)까지 5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내용이다. 5개월 연속 감소세는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 9월부터 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투자가 감소한 이후 두 번째다.

이런 와중에 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 만에 전면 개편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지난달 24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공정위의 재벌개혁 구현을 위해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손질됐다. 개정안에는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경성담합)를 비롯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상장사의 소유 지분 20% 이상으로의 일원화,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의무 지분율 요건 강화 등 대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법제가 담겼다.

이런 개정안을 두고 현재 야당과 재계에서는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안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를 바꿔 말하면 개정안이 직간접적으로 기업 투자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개정안이 향후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초석이 될 수 있다”며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설비투자, 고용 등 현재 악화한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지금으로선 개정안에 대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개정안이 한국 경제에 구체적으로 어떤 성장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이를 실증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향후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야당을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 통과가 무산되거나 반쪽짜리로 국회 문턱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공정위가 이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돼야만 하는 명분과 실리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투자 감소 등 우리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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