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속 인플레 리스크까지…먹구름 짙은 시진핑 2기

입력 2018-09-11 01:17 수정 2018-09-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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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한동안 중국에서 잠잠하던 인플레이션 문제가 다시 대두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관세 폭탄을 주고받은 지 두 달째인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2.3% 뛰었다. 중국의 물가 지표인 돼지고기에서부터 채소, 휘발유까지 안 오른 게 없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부채 폭탄, 금융시장 불안, 여기에 인플레 리스크까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올 3월 출범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2기가 순탄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8월 CPI는 전년 대비 2.3% 올랐다. 상승률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2%와 전월의 2.1%를 웃돌았고,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중국 내 이코노미스트들은 홍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인한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라고 지적하지만 투자자들과 중국 서민들은 8월 물가 지표를 심상치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베이징에 사는 한 30대 가장은 NYT에 “소득의 3분의 1이 집세로 나가고 있다. 매월 식비도 오르고 있다”며 “돈을 절약하려고 매끼를 집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대부분의 중산층이 물가 상승에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토로했다.

NYT는 이런 인플레는 시 주석에게도 고민거리라고 지적했다. 당국자들이 물가 상승 억제와 성장 둔화 사이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관세 부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중국 내 물가는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NYT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인플레는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으로 주요한 이슈였다. 물가 문제는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어서다. 1989년 톈안먼 사태도 인플레와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의 10년간 인플레는 중국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수년 간의 막대한 투자로 석탄 채굴에서부터 철강, 조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 분야에서 과잉 설비가 발생,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과잉 설비와 생산을 감축하기 시작하면서 인플레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부상했다. 여기다 중국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근로자의 생산성과 함께 임금도 빠르게 상승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8월 중국의 실제 인플레율은 공식 통계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조사그룹인 위그럼캐피털어드바이저스는 8월 인플레율이 실제로는 연 3.7%에 이를 것이라고 제시했다. 중국인들의 장바구니에서 비중이 가장 큰 돼지고기는 7월 중순 이후 17%, 채소 가격은 21%나 올랐다.

설상가상, 1년 새 크게 오른 국제 유가도 중국에는 큰 부담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데다 중국의 통화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크게 떨어졌기 때문.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수입 비용은 늘어난다. 주택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임대료는 전국 50개 대도시에서 1년 전보다 평균 17% 올랐다. 임대 주택은 가격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수입이 빠듯한 젊은 층 사이에 큰 인기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중국 전문가인 루이스 쿠이즈는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국으로의 수출 감소로 중국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게 되면 인플레 속도는 떨어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당국의 통계는 8월 말까지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9월에는 인플레가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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