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올 초 해외 사업장 부실로 매각이 무산됐던 대우건설을 현재보다 두 배 넘는 가격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남북경협이 성사될 경우 대우건설의 매각 가치를 지금보다 한층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 동관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은 2~3년간 경쟁력을 높여서 민간 기업에 매각할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지금보다 2배 정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5600원으로, 이 회장 말대로라면 대우건설 매각 시 주당 1만 원 이상을 받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우건설 매각 공고를 낸 산은은 올해 1월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을 새 주인으로 낙점했다. 호반건설은 지분 40%에 해당하는 1조3000억 원을 협상 인수 대금으로 제출했다. 업계와 노조를 중심으로 ‘헐값 매각’이라며 비판했지만, 산은은 매각을 강행하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 문제가 드러났고, 호반건설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 9일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산은은 매각 실패에 대한 비판은 물론, 협상 과정에서 산은이 그간 대우건설에 투입한 3조2000억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준으로 매각하려 했다며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러한 경험 탓인지 이동걸 회장은 조급하게 대우건설을 매각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당 시간 대우건설의 재정비 시간을 갖고 제대로 값을 올려서 팔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예측하지 못한 사고로 (대우건설) 매각이 무산됐는데, 당시 국내·외 대부분 기업체들을 다 접촉하고 매각을 추진했음에도 매각이 실패했다”며 “현재 잠재적인 매수자를 찾는 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의 매각 가격을 높일 수 있는 배경으로 ‘남북경협’을 언급했다. 산은이 국책금융기관이라는 특성상 남북 경제협력사업에서 큰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고, 향후 민관협력사업(PPP)과 민자발전사업(IPP) 등 투자개발형 사업을 수주할 때 대우건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회장의 구상이 현실화되면 산은은 ‘헐값 매각’ 비판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산은 KDB밸류 제6호 사모펀드가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은 총 2억1093만 주로 50.75% 지분율에 해당한다. 가령 주당 1만 원에 매각이 성사된다면 2조 원을 웃돌아 투입한 금액의 상당수를 메꿀 수 있게 된다. 이 회장은 “(남북경협이) 가시화되면 대우건설이 발전 가능성이 있다”며 “1만 원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을 기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대우건설 매각 실패의 큰 요인인 ‘해외 부실’을 산은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기업은 산은이 팔기 싫어한다고 알지만, 오히려 반대”라면서 “산은 그늘에서 벗어나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신경도 쓰고 관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2대주주인 한국지엠(GM)의 신설법인 설립 논란에 대해 "(이사회에) 구체적 안건이 올라온 게 아니고, (한국에) 신설법인을 만들 수도 있다는 보고 차원이었다고 한다"며 "GM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외이사 한 분이 신설법인의 구체적 내용, 기대되는 효과와 목적을 이사회에 올려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 내용이 밝혀져야 찬성할지 반대할지 정하겠지만, (GM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기본협약에 위배되는 만큼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