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가 13일 푸본현대생명 간판을 달고 새 출발한다. 대만의 2위 생명보험사인 푸본생명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받아 급한 불은 껐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현대라이프는 이날 오전 주주총회를 열고 푸본현대생명으로의 사명 변경안을 의결했다. 푸본생명(2336억 원)과 현대커버셜(603억 원)이 14일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면 최대주주도 변경된다.
푸본생명이 지분율 62%로 최대주주에 오르고 현대커머셜(20%)이 2대 주주가 된다. 증자에 불참한 현대모비스는 30.28%에서 17%로 보유지분이 줄어든다. 곳간에 돈이 들면서 지급여력비율(RBC) 경고등도 꺼졌다. 3월 말 기준 현대라이프의 RBC는 157.8%에 불과하다. 금융당국 권고(150%) 수준을 겨우 넘겼다. 유증이 완료되면 RBC는 200%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푸본생명 관계자는 “현대는 중국어로 모던타임스를 넘어 진취적이란 의미가 있다”며 “한국에 진출하는 최초의 대만 보험사라는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입지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푸본현대생명은 금융감독원의 첫 종합검사 대상으로 꼽혀 검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유동성 리스크와 함께 수익성, 자본 적정성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검사 후 위반 사항이 발견돼 제재까지 이어진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설계사와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인보험 영업을 축소하기로 하고 전 직원의 3분의 1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점포 수도 75개에서 10여 개로 통폐합했다. 회사를 나간 직원들은 본사 앞에서 280일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최대주주는 변경됐지만 이재원 사장이 재신임을 받으면서 정태영 부회장(푸본현대생명이사회 의장)의 입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정 부회장은 2년 내 흑자전환을 약속했지만 푸본현대생명은 6년째 적자행진을 걷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정 부회장 입김이 유지된다면 경영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를 나간 직원들은 울고 있는데 정작 경영진은 책임론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