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중앙은행 초강수 통했나

입력 2018-09-14 01:05 수정 2018-09-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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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 반발 불구 기준금리 6.25% 인상 -중앙은행 독립성 불안 제거...다른 신흥국 불안도 잠재울지 주목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반발을 무릅쓴 터키 중앙은행의 초강수에 시장이 환호했다.

13일(현지시간)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4%로 6.25%포인트 인상했다. 인상폭은 시장의 예상치였던 3~4% 범위를 두 배 가량 뛰어넘은 것으로 미국 달러에 대한 리라 가치 방어와 물가 안정을 위해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예상 외 금리인상에 이날 외환시장에서 리라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6.4리라에서 6리라 선까지 5% 이상 뛰었다. 터키 증시 주요 지수인 BIST100도 은행주 주도로 1.1% 상승했다. 영란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날 터키 중앙은행의 파격적인 결정은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단연 화제였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고금리를 “착취 도구”라고 비난하며 정치적 긴장을 강조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이었다.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강력한 긴축 실시를 결정했다”며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안정에 대한 우려와 인플레이션 전망이 개선될 때까지 통화정책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터키는 통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 8월에 터키 거주 미국인 목사의 구속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을 계기로 리라가 급락하는 ‘터키 쇼크’가 발생, 이 여파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달러 대비 리라 하락률은 연초 대비 약 40%에 달한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7.9%였다. 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고심도 적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기를 급속히 냉각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제동을 걸어왔기 때문.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도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발표에 앞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잘못된 정책의 결과”라고 비판하며 지론을 펼쳤다.

그럼에도 금리인상을 단행한 데 대해 시장에서는 터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케빈 댈리 이머징마켓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상폭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이것은 시장에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스페인 대형은행 BBVA의 터키 전문 이코노미스트 알바로 오르티즈 비달-아바르카는 “중앙은행이 과감한 행동을 다시 취해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와 중앙은행이 수수께끼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 있다. 환율 방어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2분기 터키 경제는 5.2% 성장했지만 하반기에는 높은 금리 수준으로 인해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앙은행의 발표 이후 달러 대비 5% 뛰었던 리라는 이후 상승폭이 2.8%로 줄었다.

JP모건자산운용의 다이애나 아모아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날 움직임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결정적 단계”라며 “물가 상승 압력이 가라앉을 때까지 중앙은행이 긴축을 유지할 지 여부가 궁금하다. 이는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터키 위기가 진정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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