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갈등] 이통사 “무임승차 더는 안돼”… 콘텐츠업계 “속도 차별땐 고사”

입력 2018-09-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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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망 중립성 폐지’ 도화선…韓 내년 5G 상용화 앞두고 갑론을박

내년 3월 5G 통신시대를 앞두고 망 중립성 논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매년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이동통신 업계에선 5G시대가 되면 대용량 트래픽 소모 서비스의 속도를 제어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망 중립성 원칙이 완화되면 인터넷 콘텐츠 업계는 고사할 위기에 처한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망 중립성을 두고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해외선 망 중립성 폐지… 국내도 대책 마련 = 해외에서는 이미 망 중립성 원칙을 폐지하면서 국내 쟁점화에 불을 붙였다. 미국은 지난해 연방통신위원회가 2년 만에 망 중립성 폐지 결정을 내린 이후 올 6월부터 폐기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망 중립성 원칙의 복원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상원에서는 망 중립성 폐지 결정을 무효화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했으며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망 중립성 폐지 반대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20여 개 주 검찰 총장단은 지난달 망 중립성 폐기 결정에 대해 무효 소송을 내기도 했으며 워싱턴과 캘리포니아, 오리건 등 상당수 주 정부 역시 폐지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망 중립성 폐지 결정은 통신회사와 미디어 콘텐츠 업계 사이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특히 국내에서도 이통사와 미디어 사이에 쟁점화 움직임이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국내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망 중립성과 제로레이팅 등 다양한 통신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5G 통신정책 협의회’를 구성하고 회의를 열었다. 제로레이팅은 망 사업자가 망에서 서비스를 하는 제휴 서비스의 데이터 요금을 감면하는 것을 뜻한다.

협의회는 5G 상용화 이후 통신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른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통신정책 방향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의회는 △통신사·제조사·인터넷기업 업계 10명 △학계·연구기관 전문가 13명 △소비자·시민단체 3명 △정부 2명 등 총 28명으로 구성됐으며 공정경쟁 환경 조성, 서비스 이용약관, 기타 규제제도 개선 등 의제별로 2개 소위로 운영된다.

이 중 제1소위는 ‘5G 시대 대비 통신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 방향’을 정책 의제로 망 중립성과 제로레이팅, 망 이용 대가, 상호 접속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제2소위는 ‘5G 서비스 진화에 따른 통신서비스 정책방향’을 의제로 서비스 이용약관과 데이터 이용량 증가에 따른 대응 방향, 통신설비제도, 번호자원 관리, 진입규제 등을 논의한다.

협의회는 내년 3월까지 운영되며 논의된 결과는 5G 상용화 시점에 맞춰 발표하고 앞으로 정책결정 참고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리가 5G 시대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 발전과 기존 제도 간의 불일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5G 통신정책 협의회가 새로운 통신정책의 틀을 만들어가는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콘텐츠미디어 업계, 망 중립성 두고 대립 = 망 중립성을 두고 이동통신 업계와 미디어 콘텐츠 업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최근 모바일 트렌드를 살펴보면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인터넷 콘텐츠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로 인해 모바일 데이터 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과기부에 따르면 월 무선데이터 소비량은 2016년 7월 23만5494TB(테라바이트)에서 올해 7월 39만3154TB로 늘어났다.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통산업계에서는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에 투자를 해야 했고, 이는 비용 부담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정작 혜택은 데이터를 소비하는 콘텐츠 미디어 업계가 가져갔다는 주장이다. 내년 3월에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5G시대가 시작되는 만큼 트래픽에 대한 이슈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5G인프라 확충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당장 망 중립성이 폐지될 가능성은 낮다. 과기부가 최근 통신사들의 기간통신사업자 법적 지위에 근거한 국내 망 중립성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 중립성 폐지와 유사한 규제 조치인 제로레이팅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제로레이팅 활성화가 스타트업의 탄생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규모 데이터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 사업을 이끌고 있는 포털 사업자에서 이동통신업계와 제로레이팅 계약을 맺게 되면 스타트업 활성화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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